[취재여록] 공기업 연봉은 고무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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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각종 인터넷매체와 신문가판에는 공기업 대졸초임에 관한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취업포털 S사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공기업 50개사를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군필 남성의 평균초봉이 3040만원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각 기업에 몸담았던 퇴직자나 인턴사원 등이 채용 관련 정보를 취업포털에 올리다 보니 회사별 실명과 함께 연봉 랭킹이 매겨진 것은 당연한 일.1등은 대졸초임을 4000만원으로 적시한 증권예탁원이었다.
그런데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나간 직후 증권예탁원은 난리가 났다.
이 회사는 수치가 잘못됐다며 S사에 즉각 정정을 요구했다.
관계를 따진다면 '을(乙)'의 입장인 S사는 예탁원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정된 연봉은 3520만원.예탁원은 1위 자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예탁원이 1등에서 비켜서자 이번엔 당초 2위(3690만원)와 3위(3630만원)였던 금융감독원과 대한주택보증이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한주택보증은 취업포털뿐만 아니라 기자들에게까지 연락을 취해 기사수정을 요구했다.
S사 관계자는 "자료를 만들 당시 일부 회사를 빼고는 대부분의 경우 인사담당자로부터 일일이 확인까지 했는데도 기사가 나간 후 막무가내로 고쳐달라고 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익 대부분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채용공고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S사.결국 최종 수정본이 이날 밤 늦게 다시 배포됐다.
50개 공기업의 평균 대졸초임은 3013만원으로 당초보다 27만원이 낮아졌고 1위의 영광(?)은 정정을 요구하지 않았던 산업은행(3600만원)으로 돌아갔다.
연봉 수치 조정을 위해 하루종일 열을 올렸던 증권예탁원은 자료 수정에도 불구,2위에 랭크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히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어떻게든 연봉 1위라는 타이틀만은 피해야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안정된 고용보장에다 고액 연봉까지 더해져 일반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공기업.신입사원 연봉 수치까지 숨기기에 급급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신이 내린 직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
취업포털 S사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공기업 50개사를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군필 남성의 평균초봉이 3040만원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각 기업에 몸담았던 퇴직자나 인턴사원 등이 채용 관련 정보를 취업포털에 올리다 보니 회사별 실명과 함께 연봉 랭킹이 매겨진 것은 당연한 일.1등은 대졸초임을 4000만원으로 적시한 증권예탁원이었다.
그런데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나간 직후 증권예탁원은 난리가 났다.
이 회사는 수치가 잘못됐다며 S사에 즉각 정정을 요구했다.
관계를 따진다면 '을(乙)'의 입장인 S사는 예탁원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정된 연봉은 3520만원.예탁원은 1위 자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예탁원이 1등에서 비켜서자 이번엔 당초 2위(3690만원)와 3위(3630만원)였던 금융감독원과 대한주택보증이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한주택보증은 취업포털뿐만 아니라 기자들에게까지 연락을 취해 기사수정을 요구했다.
S사 관계자는 "자료를 만들 당시 일부 회사를 빼고는 대부분의 경우 인사담당자로부터 일일이 확인까지 했는데도 기사가 나간 후 막무가내로 고쳐달라고 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익 대부분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채용공고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S사.결국 최종 수정본이 이날 밤 늦게 다시 배포됐다.
50개 공기업의 평균 대졸초임은 3013만원으로 당초보다 27만원이 낮아졌고 1위의 영광(?)은 정정을 요구하지 않았던 산업은행(3600만원)으로 돌아갔다.
연봉 수치 조정을 위해 하루종일 열을 올렸던 증권예탁원은 자료 수정에도 불구,2위에 랭크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히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어떻게든 연봉 1위라는 타이틀만은 피해야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안정된 고용보장에다 고액 연봉까지 더해져 일반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공기업.신입사원 연봉 수치까지 숨기기에 급급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신이 내린 직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