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찌는 듯한 여름날,점심시간 직전에 뉴욕 맨하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어컨이 고장났다.

예약 손님은 100여명에 달했고 실내 온도는 30도를 넘어섰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우선 밖으로 나가 예약담당 직원들을 위한 선풍기 두 대를 샀다.

다음에는 근처의 쇼핑센터로 달려가서 건전지로 움직이는 미니 선풍기를 몽땅 사가지고 와서 손님 모두에게 선물했다.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손님들은 짜증을 내기보다 즐거워했다.

매니저는 왜 직원들을 위한 선풍기를 먼저 샀을까.

비좁은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전화를 받고 있는 그들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손님을 먼저 챙기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직원을 손님보다 우선 배려하는 것은 이 레스토랑의 창업주인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탤러티 그룹 CEO 대니 메이어의 확고한 경영원칙이다.

서로 도와가며 일하고 배려하는 직원이라야 고객을 위해 배려할 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팅 더 테이블'(노혜숙 옮김,해냄)은 스물일곱 나이에 뉴욕 변두리에 '유니온스퀘어 카페'를 열었던 대니 메이어가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그룹을 일구기까지 22년 동안의 생생한 경험담과 경영철학을 소개한 책이다.

대니 메이어는 세계적인 외식 전문지 '자갓 서베이'가 2005년부터 3년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2위로 선정한 그래머시 태번과 유니언스퀘어 카페를 포함해 11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이 즐비한 뉴욕에서 그가 정상에 오른 비결은 '배려'를 핵심가치로 삼는 경영철학과 열정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안겨 줄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향수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그는 "레스토랑 사업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야 하며 이는 진심어린 배려를 통해 가능하다"며 "서비스와 배려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성공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서비스가 어떤 상품을 기술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면 배려는 그 상품을 전달받는 사람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적절한 음식이 제 때 적절한 온도로 전달하는 것,와인을 우아하게 따르는 것 등은 서비스다.

그러나 배려는 손님들이 직원을 자기 편이라고 느기께 하는 사려 깊음,상냥함,친철함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래서 메이어를 비롯한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그들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챙긴다.

15만명을 넘는 고객 명단은 이들이 얼마나 고객을 성심껏 챙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그의 경영전략은 기술적인 서비스 능력보다 '배려지수'가 높은 인재를 채용하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또 끊임없이 부드러운 태도로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부단하고 부드러운 압력'의 리더십,손님과 투자자를 먼저 배려했던 전통적인 경영관을 깨고 직원,고객,사회,납품업자,투자자 순으로 배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경영관 등으로 구체화된다.

356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