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치는 게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지난 8일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개성공단 입주 한 코스닥업체에 전화를 걸었을 때 회사 관계자의 첫마디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당황스러우시죠"라며 기자의 당혹감을 오히려 다독거렸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서 핵실험을 한다고 난리가 났을 때도 우리 공장은 그대로 돌아갔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번 만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래도 주식 차트가 빨간 선으로 쭉 올라가주면 좋지 않느냐"고 하자 "사실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사 주식이 밑도 끝도 없이 그저 '남북 경제협력 테마주'로만 인식되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내심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해 보세요.

제조업체라면 모두들 제품과 실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상한가로 올라간 이유가 과연 그 때문일까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또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개성공단 업체들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는 조금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적 호조에는 거의 득이 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직설화법을 날렸다.

회사마다 조금씩 표현은 달랐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상장사들의 바람은 모두 같았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인 이벤트에 따른 '반짝 급등주'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까다로운 통관 절차의 간소화,통신설비 증설 등을 통해 개성공단을 실질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기를 한결같이 원하고 있었다.

"좀 더 유리한 여건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싶은 것이 제조업체의 자존심입니다.

뉴스 한 줄에 주가가 휘청인다면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담담하게 실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겠습니다"라는 한 개성공단업체 대표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이미아 증권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