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이코노미스트 편집인 다니엘 프랭클린 >

"리더들은 경기가 좋아지면 개혁을 더디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유럽 지도자들은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다니엘 프랭클린 편집인은 최근 유럽경제가 좋아지면서 리더들이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런던 버킹엄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코노미스트 본사에서 프랭클린 편집인을 만나 유럽의 변화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영국 프랑스의 리더십 교체는 유럽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새로운 다이내미즘이 불고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년8개월 전에 들어서 주요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딜 메이킹의 진수를 보여줬다.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무기력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졌지만 니콜라 사르코지가 취임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헌법이 부활됐다고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EU를 상징하는 국가나 국기 등은 제외되고 법률이라는 용어 대신 규정,지침 등을 쓰기로 했다. 뉴 다이내미즘의 힘이 약하지 않은가.

"그래도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대통령이나 외무장관 신설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사회의 이중다수결제도(인구비례+다수결)도 2017년으로 미뤄졌지만 원래 구상했던 헌법에 있던 내용이다. 27개 회원국이 핵심 내용에 합의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유럽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뉴 다이내미즘이 가속의 바람으로 작용할 것인가.

"유럽 지역 경제성장률이 올해 미국을 10년 만에 제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것은 유럽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독일 경제가 아주 좋다. 그렇지만 경제가 좋다는 것은 나쁜 뉴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개혁을 더디게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우 그럴 소지가 있다. 메르켈 총리가 EU의 순번제 의장으로 노련미를 보이며 유럽의 간판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개혁정책은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하기 어렵다. 사민당과의 대연정으로 정책수립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사실 독일 경제가 좋아진 것은 임금안정으로 기업 경쟁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보다 임금이 낮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매우 활동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취임 초 밝힌 노동개혁 의지가 경기회복으로 무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유럽에 새 바람을 넣고 있다고 보는지.

"브라운 총리의 이미지는 같은 노동당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 좌파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들 말한다. 게다가 좀더 당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시각이다. 그는 사회 정의를 중시하면서도 기업가 정신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10년간 재무장관을 지낸 데 대한 자부심도 크고 친 기업성향이다. 취임 후 연설에서 '변화'를 연달아 세 번씩이나 외치기도 했다. 다만 블레어 전 총리에 비해 카리스마가 적은 편이고 블레어의 경제정책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펴내는 '세계경제 대전망'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경BP는 작년 말에도 'The World in 2007'을 현대경제연구원 편역으로 출간했다. 2008년 전망 작업이 한창일 텐데 내년 세계경제의 핵심 테마는 무엇인가.

"주제를 선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기자가 미래의 일을 예측해서 쓴다는 것은 그리 익숙지 않은 작업이다. 외부전문가까지 동원해 70개의 주제를 생각중이다. 세 가지가 핵심 테마다. 베이징 올림픽과 미국 대통령 선거,기후변화 문제다. 한국 대선도 다룰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대책을 주도적으로 협의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다.

"지구온난화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단지 온난화를 막는 대책뿐 아니라 그것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사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도요타 자동차가 환경오염 방지 차량 기술에서 앞선 것처럼 한국도 관련 기술이 우수한 편 아닌가. 중국 관련 비즈니스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