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塋允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부가 임기 말 대선주자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국내 정치적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와 남북 관계 진전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강한 때문인 것으로 믿고 싶다.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의제(議題)는 남북이 주고받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얻으려는 성과가 한반도의 안보와 관련된 정치·군사적 문제 해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북은 경제적인 이익의 획득이 가장 큰 과제다.

이런 점에서 제2차 정상회담의 경제 분야 의제는 대북 개발 지원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대북 지원은 구호성이 강했다.

그러나 일회성 지원으로는 북한이 스스로 경제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온 화두(話頭)가 대북 '개발 지원'이다.

북도 이제 구호성 지원보다는 개발성 지원을 더 크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 개발 지원이지 북의 산업을 가동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포함한 기반시설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은 물론 장기적인 시간을 요한다.

대북 개발 지원과 정상회담을 연관시켜 보면 다음과 같은 북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남측의 제의에 지금 와서 북이 제2차 정상회담 개최를 받아들인 것은 정상회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 분야의 개발 지원을 차기 정부로까지 연결해 가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북에 한 개발 지원 약속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가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대북 관계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북 개발 지원과 관련해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현 정부의 명분과 의지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차기 정부에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제2차 정상회담 경제 분야와 관련된 협상의 정책적 고려 사항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북 개발 지원에 대한 세밀한 부분까지의 보장보다는 포괄적인 지원이라는 큰 틀에 묶어 제공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개발 지원의 대상을 보다 더 구체화해야 한다면,우선은 9·19 공동성명에서 언급하고 있는 범위로 국한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의 전력 및 에너지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북 개발 지원은 철저히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북 개발 지원이 국제 차원에서 공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여기에서도 더 나아가 대북 개발 지원의 대상을 명시해야 한다면,개발 지원의 효과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게 하는 환경 조성과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중에서도 북과의 통신 및 통행(방문)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성 공단과 금강산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인터넷 송·수신과 휴대폰의 즉각적인 사용,경협 사업을 위한 평양 및 북한 내륙 지역으로의 방문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북의 확답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차제에 시험 운행으로만 그친 경의선 철도·도로 개통을 유도해 북측 근로자의 개성 공단으로의 이동은 물론 대북 사업자가 철로나 육로로 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를 위해 북측 지역의 철도 개·보수 지원이 개발지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제2차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정부가 언급한 바와 같이 '남북 경협 및 교류협력 관계를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이 실현되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함께 북한 경제는 물론 남한의 경제활력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