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사내에서 '미스터 큐(Mr.Q)'로 통한다.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Question)'을 던지기 때문이다.

정 사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쩔쩔매지 않은 임직원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말단사원과 마주쳐도 '비전이 뭐냐'는 질문이라도 꼭 하고 넘어간다.

특히 회사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03년에는 임원들이 정 사장의 거듭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입술이 부르틀 정도였다.

당시 정 사장의 가장 커다란 질문은 '부실 프로젝트의 원인이 무엇인가'였다.

"지금은 수주를 호재로 받아들이지만 그때는 수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프로젝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커다란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은 1년여 동안 이어졌다.

"해답을 찾기까지는 아예 수주하지 말라"는 극단적인 지시도 내려졌다.

정 사장과 임직원들은 끝없는 토론 끝에 '부실의 80%가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답을 얻어냈다.

현장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적자 상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본사 중심의 시스템을 전 세계적으로 호환이 가능한 웹 기반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요즘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로 '엔지니어링업(業)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업의 영역과 규모가 달라진다'는 게 질문의 취지다.

"제일기획이 올해의 비전을 '월드와이드 아이디어 엔지니어링그룹'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엔지니어링한다는 접근이 가능하다면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서 무슨 영역,어떤 신천지를 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 사장은 "엔지니어링업의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우디가 황금시장이지만 그곳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과 업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화공 분야뿐 아니라 산업,환경,자원 등 관심 분야를 엮어 보고 더 나아가 하나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도시 설계까지 영역을 넓혀 달라"는 주문이다.

"업의 경계를 허물고 울타리를 계속 확장해 나간다면 엔지니어링 사업은 무한하다"는 게 정 사장의 지론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