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격발표된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의의와 배경,성과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정상회담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등 대선일정을 직전에 두고 성사돼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8일 서울 중림동 본사에서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와 북한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을 초청,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긴급 대담을 가졌다.

▷사회=7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고,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가 해결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촉진할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윤곽이 잡히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합의되면 남북정상회담을 넘어서서 주변 '4강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급작스럽게 이뤄진 감이 있지만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북핵문제를 이행단계로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국제적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입지는 약했는데,북핵과 관련해 한국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또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면 정상회담이 다소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들어 핵문제 미사일문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이 추진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지난 1차 회담 이후 제도 안정화로 들어설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반도의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남북경협의 상황은 한계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고 포괄적인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경협의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로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사회=어떤 의제와 합의가 예상되나.

▷김 교수=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신비감은 1차 정상회담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이런 면에서 이번 회담은 실질적인 협력관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실효성 있는 아젠다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많은 실망을 안겨 줄 수 있다.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북핵 완전폐기 결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스럽다. 북측이 군사안보 문제는 미국 측과 논의해야 한다고 견지하고 있어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북한 측도 BDA 문제를 경험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듯하다. 미국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국과 논의할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고,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삼아 입지를 다지고 한국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사회=경제협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동 팀장=경협은 1차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만큼 진전되지 못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등 양적으로는 발전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차 회담에서 개성공단의 경우 2단계사업 가속화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큰 그림이 없다.

물론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분쟁조정,청산결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4대 경협 합의서 등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정부차원의 경제교류 협력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륙철도연결(CSR) 사업 등을 주요 프로젝트로 정해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북한이 내놓을 카드는.

▷김 교수=6♥15 공동선언 내용의 확인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등의 통일방안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시키려 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 측에 동의를 얻으려 하겠지만 이뤄지긴 힘들 것이다.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이 틀 내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 등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6자 회담에서도 대북 에너지지원 문제를 해결해 주길 원한다. 북핵 폐기를 위해 경수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을 다른 6자회담 관련 국가와 이간질할 가능성도 높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사회=이번 회담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동 팀장=남북경협과 직접 관련된 기업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북한 투자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겠지만 투자실행 단계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은 고조될 것이고,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는 개선될 것 같다.

▷사회=회담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거라고 보나.

▷동 팀장=회담이 20여일 남은 기간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가시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외에 제3의 경협이 나올 가능성은.

▷동 팀장=먼저 구체적이고 큰 틀을 만들어야 하고,개성공단 이외에도 신의주 남포 청진 등 다른 지역과 협력 여지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시장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역개발 관점보다는 북한이 남한 자본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 중국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이를 북한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우리에게 제품을 팔고 우리가 대금을 지불하는 정상적인 경협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재계 입장에서 정부에 주문할 내용은.

▷동 팀장=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이 많고 한계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체면치레하는 회담이 아니라 할 말은 하고,군사 안보 인권문제까지도 얘기하는 실효성 있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사회=다음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은.

▷김 교수=힘들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가보안법 폐지,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서울로 오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서울회담을 약속했음에도 우리가 이번에 또 평양으로 가게 돼 '조공외교'란 비판이 있다.

국민들은 이번 회담이 자존심 세우는 외교가 되길 바라고 있다.

▷사회=성사과정이 투명하다고 볼 수 있나.

▷동 팀장=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많은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를 미룬 것은 북한 측과의 협의를 끌어내야 하는 입장 때문에 확신을 갖지 못한 듯하다.

▷김 교수=2000년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독일에서 베를린 선언을 하면서 북한 사회간접자본 지원내용을 밝혔다.

5억달러 뒷돈 지원도 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북한이 실질적인 도움을 확답받지 않고는 OK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처럼 현금은 지원해 줄 수 없지만 대신 '북한판 마샬플랜' 같은 대규모 경제지원 프로젝트를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동 팀장=노 대통령이 평양에 가는 것만으로도 북한 측에는 큰 선물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쪽이 얻는 정치적 이점이 크다.

어쩌면 경협은 부수적일 수도 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