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정명씨(42)가 신작 소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을 내놨다.

지난해 출간해 인기를 모았던 '뿌리 깊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사를 다룬 팩션 소설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훈민정음 반포 7일 전 집현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뤘다면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에 감춰진 그들의 삶을 담았다.

조선 후기 문화와 경제분야에서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던 정조에 의해 두 사람은 '거리의 화원'으로 임명돼 백성들의 삶을 같은 제목과 조건으로 서로 다르게 그려야 하는 '그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번 소설에는 이 둘의 운명적 관계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로맨스와 스릴러,동성애적 코드와 버무려져 전개된다.

뛰어난 외모와 천재성을 지닌 신윤복을 흠모하는 김홍도의 묘한 감정,기생 정향과 신윤복의 사랑,아들마저도 권력을 위해 이용하는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 등 모든 인물들이 작품 안에서 존재감 있게 그려진다.

역사소설 답지 않은 속도감도 느껴진다.

특히 도화서(회화를 관장하는 국가기관) 생도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어느 추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동시에 이들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게 됐는지,또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인지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기다림'과 '단오풍정'은 신윤복이 시대의 틀을 깬 형식으로 도화서 안의 논란을 일으킨 그림이었고,김홍도의 '빨래터'는 신윤복과의 그림 대결을 위해 그려진 것이다.

실제 책 속에는 '혜원전신첩'(국보135호)에 실린 신윤복의 풍속화 22점,'단원풍속도첩'(보물 527호)에 있는 김홍도의 컬러도판 10점 등이 소설의 전개 과정에 맞게 수록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