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골디락스(Goldilocks)'를 만끽해 왔다.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이는 다시 유동성 유입을 유발해 '리스크 없는 수익률 따먹기'가 가능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이상적 상황인 골디락스 시장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 금융시장의 골디락스는 한계에 직면해 도전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런던의 투자컨설팅 회사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체 사장은 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한 '골디락스 시장은 세 가지 시험에 직면해 있다'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로체 사장은 "기존 유동성을 정의할 때 포함되지 않았던 유동화 증권(securitized debt)과 금리 스와프(IRS) 등 각종 신용파생상품들이 유동성에 포함되고 있어 금융 경제와 실물 경제의 연관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신상품들이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이 돈은 자산 시장에 투자돼 자산 가격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높이는 선순환을 계속해 왔다는 것.

아울러 리스크의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와 웬만한 충격에도 자산 가격이 동요하지 않도록 막는 보험 기능을 해 왔다.

엔론의 회계 부정과 배럴당 75달러를 넘나든 고유가,9·11테러 및 이라크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원상복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신용파생상품 덕분이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 채권 등 고정 자산을 유동화함으로써 대출을 더욱 늘리는 효과도 가져왔다.

유동성 강화와 리스크 감소는 시중 자금을 끌어들여 유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런 골디락스는 세 가지 시험에 직면해 있다는 게 로체 사장의 주장이다.

우선은 리스크 감수 경향의 감퇴다.

유동성 증가로 부풀려진 자산 가격으로 인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하려던 그동안의 경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까지 겹쳐 리스크를 감내하려는 경향은 급속히 움츠러들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도 위험 요소로 등장했다.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유동성 공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자산 가격 및 환율 변동성이 증대하고 있는 것도 금융시장을 뜨겁거나 차가운 상태로 몰고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까지 겹쳐 있다 보니 금융시장의 골디락스가 끝나간다는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