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보다는 구상작품ㆍ현대적 한국화 인기 끌듯

양도세 부활 움직임ㆍ'거품' 우려 등 불안 요인도

한국미술시장은 하반기에도 경매를 중심으로 활황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미술품 수집계층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또 여전히 추상보다는 구상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대적인 화풍의 한국화,국내외 저평가된 작가 작품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화랑대표를 비롯해 아트펀드매니저,시장전문가 등 10명을 대상으로 '2007년도 하반기 이후 미술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의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7명인 반면 '가격 급등에 따른 거품을 우려'하는 입장을 보인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하반기 시장을 떠받칠 요인으로 미술품 쇼핑몰 같은 새로운 유통시스템 등장,아트펀드 등 미술투자상품의 확산,블루칩 작가군 확대,신진·중견작가들의 약진,해외시장분위기 호조 등이 꼽혔다.

다만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활 우려,대선정국으로 인한 정책변화,세계미술시장의 과열논란,일부 작가의 가격급등 등을 들었다.

◆지속적 성장에 무게=전문가들은 국내 미술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일부 작가 작품값의 급등에 따라 단기적 시장 분위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 시장이 과열이라고 하면서도 모두 인기작가의 작품을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미술 시장은 본격적인 '랠리'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고,김창실 선화랑 대표 역시 "경제 상황에 따라 약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4~5년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서울옥션 이학준 전무는 "올 들어 신규 컬렉터가 2만~3만여명 늘어났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도 기존 10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증가했다"며 "국내미술시장의 호황분위기는 최소한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서정기 아트펀드매니저(골든브릿지 자산운용 본부장)는 "연말까지 2000억원의 미술품 투자 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미술시장의 규모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유통구조나 정책적인 지원이 허약한데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인적자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장의 위축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 역시 "국내 미술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급격히 추락한 이후 최근 급상승하는 전형적인 투기형 구조"라며 "아직 검증이 안된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 가격이 2~3배 이상 급등한 것은 분위기에 휩쓸린 '거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상작품 인기 여전할 듯=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컬렉터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보다는 구상작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미술시장에서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는 중견작가들의 도약 역시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명분 카이스갤러리 대표는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김종학을 비롯해 고영훈 이왈종 강요배 박항률 이호중 김창영 김병종 김점선 이석주 등 중견작가의 작품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될 것"이라며 "로버트 인디애나,라우센버그,제임스 로젠 퀴스트 등 저평가된 미국 팝아트작가와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도의 현대미술 작가 등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시스템 정비 과제=시장 분위기는 좋지만 작품 유통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 역시 "미술품 정보시스템이 없는 데다 일부 작가에 편중된 가격급등 현상 때문에 미술 시장의 활황이 시작되기도 전에 거품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증거"라며 "작가와 유통관계자,평론가,컬렉터 모두가 5년 안에 세계미술시장 점유율 1%를 목표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 투자전략 바람직=전문가들은 돈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추세여서 이럴 때일수록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인홍 한국미술투자 이사는 "미술품은 단기 상품이 아닌 장기 가치투자 상품인 만큼 작가별 상승 흐름 속에 아직 덜 오른 작가를 선별,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