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의 인질 석방을 위한 대면 협상이 장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열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장소 문제가 잘 안 풀릴 수 있고 2~3일 더 걸릴 수도 있다"며 "(대면협상 성사를 위한) 접촉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 측과 직·간접 교신 채널을 통해 의견조율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장기화에 대비,현지 의료진 파견이나 의약품 전달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도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측이 서로 불신할 수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해 장소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 관계자는 탈레반이 협상 장소에 대해 유엔의 안전 보장을 요구한 것과 관련,"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인질 사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테러 집단에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창의적 외교(creative diplomacy)' 노력을 언급해 진전된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피랍사태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한국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심리전을 계속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여성 인질 2명은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는 상태"라면서 "한국인 인질들이 1명씩,최소 500m씩 떨어져 격리돼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전했다.

AFP통신은 "탈레반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공포 속에 지내고 있다. 죽고 싶지 않다"는 피랍 여성(싱 조힌) 1명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