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문헌에 동이족은 가무를 즐긴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원형질에는 춤과 노래가 자리하고 있다.

춤은 인간 내면의 욕구나 감흥을 율동을 통해 외부로 표출하는 예술이자 중요한 사교 수단이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및 만성 퇴행성 성인병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댄스치료는 훌륭한 운동요법이자 심신통합 보완의학의 하나다.

댄스는 유산소운동으로 성인병을 개선할 수 있다.

왈츠나 트롯 등 가벼운 댄스는 10분에 35∼55㎉,자이브나 삼바 등 격렬한 댄스는 48∼75㎉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대한비만학회는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댄스스포츠를 걷기 조깅 수영 에어로빅댄스 줄넘기 계단오르기 등과 함께 비만 해결에 효과적인 유산소운동으로 선정했다.

댄스 같은 중간 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중등도의 혈압,혈당,혈액 내 콜레스테롤,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춤은 인슐린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활성도(민감도)를 높이므로 성인형 당뇨병 개선에 효과적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산부인과를 개원 중인 K원장(여)의 경우 일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혈압과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는 장시간의 진료와 운동부족으로 요통에 시달려왔는데 남편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후 통증과 잔병이 사라졌다.

필자의 아내는 10여년 전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필자는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집 근처 사회교육센터에서 실시하는 스포츠댄스 강좌를 발견했다.

함께 춤을 배운 이후 자연스런 스킨십으로 부부애가 돈독해지고 아내의 우울증이 싹 가셨다.

부부가 마땅히 함께 할 운동이 없다면 지방자치단체나 백화점에서 실시하는 댄스교습에 참여해 보자.춤이 갱년기증후군 해소에 그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댄스치료는 본격적인 정신질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필자가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와 함께 27명의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댄스치료를 매주 1시간씩 8주간 실시한 결과 사교성 호의성 만족감 친근감 개방성 감수성 이해성 등이 개선되고 'BPRS''SANS' 등 정신병적 증상지표도 의미있게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춤은 즐겁다.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매너를 지켜야 한다.

동작을 외워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춤을 추게 되면 타인을 배려하게 되고 친밀감이 커지며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또 기억력 주의력 운동조정능력이 향상된다.

댄스치료에 주로 애용되는 춤은 흔히 사교댄스로 알려진 스포츠댄스다.

크게 모던댄스(왈츠 탱고 퀵스텝 비엔나왈츠 슬로-폭스-트롯 등 5종)와 라틴댄스(차차 자이브 룸바 삼바 파소더블 등 5종)로 나뉜다.

라틴댄스는 파트너와 일정 간격을 두고 추는 춤이기 때문에 치료 목적상 주로 청소년이나 미혼에게 적용한다.

운동량을 늘려 성인병을 치료하고 싶다면 자이브 삼바 비엔나왈츠 같은 빠른 춤을 추천할 수 있다.

신체적 접촉이 깊고 강한 모던댄스는 주로 중장년 기혼자에게 권장된다.

외국에서는 발기부전이나 소원한 부부관계를 치료하는 데 댄스를 활용한다.

'섹스테라피'의 하나로서 당사자 및 의사의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댄스치료는 4주 단위로 치료 기간을 늘려간다.

치료 목적이라 처음부터 어려운 동작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걷는 동작부터 배우는데 처음에는 '뭐 이렇게 시시해'라고 말하다가도 점차 치료시간이 기다려지는 게 댄스치료의 매력이다.

일반 운동요법이 그렇듯 댄스치료는 1주일에 3일 이상,한번에 30∼60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댄스치료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등의 예술치료와 마찬가지로 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얼마나 효과가 큰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냥 따라하다 보면 치료가 이뤄지는 것인데 이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학원 수준에서 댄스치료사가 양성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육학과 무용학과 심리학과 등에서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이지 않다.

춤 하면 아직도 '춤바람'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춤만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이제서야 댄스치료가 태동하려 하고 있어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김현식 여성크리닉원장·한국임상댄스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