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납치세력이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대면 접촉을 제안하고 정부도 원칙적인 동의 의사를 밝혔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일단 양자가 대면 장소를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면 협상에는 오히려 탈레반이 적극적이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3일 현지 언론에 한국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유엔이 안전 보장을 한다면 카라자이 정부의 진영으로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이날 오전 한국 대표단이 자기들 기지로 올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은 신변 안전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국제평화유지군이 관할하는 가즈니주 지역재건사무소(PRT)로 탈레반이 나올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문하영 외교부 본부대사와 강성주 아프가니스탄 대사가 대면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방침이나 협상장에서 긴장이 높아질 경우 이들까지 납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이 '유엔의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정부가 제안한 접촉 장소를 수용할 경우 이는 적진에 제발로 들어오는 셈이다.

탈레반이 이처럼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인질들이 병사할 경우 높아지는 비난 여론에 직면해 협상의 레버리지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피랍 한국인들의 안전 확보가 급박해 납치세력의 요구를 대놓고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국제평화유지군을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탈레반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NATO와 탈레반은 준전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면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탈레반이 인질과 동수의 죄수를 맞교환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서로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끝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대면 접촉이 이뤄질 경우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탈레반이 '죄수와 인질 맞교환'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