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이 상호 무차별 비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정책공약이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후보들이 내세우는 지역 공약의 경우 수차례 제기됐던 안건을 반복하는 수준의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하고,차별화되지 않아 '판박이 공약'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구색 맞추기·판박이용 공약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3일 청주에서 열린 충청 합동연설회에서 약속이나 한 듯 '청주공항의 동아시아 허브공항 육성' '청주의 교육혁신도시 개발'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여러 번 중앙정부에 건의했던 지역 현안들이다.

두 후보는 이어 자신의 핵심공약을 다시한번 들고 나왔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 건설 이후 충주를 내륙항구로 개발,대규모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경부운하 개발을 꺼냈고,박 후보도 당 정책위에서 수차례 논의됐던 중부내륙철도(서울~충주~문경 연결),충청고속도로 (충주~제천~강원) 건설 등을 공약했다.

박 후보와 함께 원희룡 후보는 "집권하면 오창을 반도체·IT단지로 육성하는 한편 오송지역을 바이오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당 정책위 관계자는 "후보들의 공약은 사실상 새로운 게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1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이-박 두 후보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교통망 확충 사업 △탄광지역 재개발 대책 등을 똑같이 제시했다.

첫 합동유세였던 제주연설회에서도 국제자유무역도시 건설과 특별자치도 지원 확충을 나란히 공약했고,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의 일환으로 감귤 및 흑돼지 사업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같았다.

부산 유세에서는 동북아 물류허브 건설,동남 광역경제권 구축 등이 동일했고 울산유세에선 울산 자유무역지대 지정 등을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물론 이들 공약의 대부분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시행 중인 사업들이다.

상호 모순되는 포퓰리즘적 공약도 없지 않았다.

이 후보의 경우 지난달 26일 부산 연설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약속한 데 이어 1일 춘천 연설회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다시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하계 올림픽의 동시 유치 활동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국제체육계의 관행이란 지적이다.

◆민감 지역현안 외면

연세대 최평길 교수(행정학과)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이미 묵힐 대로 묵힌 지역현안이 대부분"이라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 인천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 논란 등 정작 민감한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계획을 지역별로 쏟아내고 있다"며 "정책 개발을 위한 노력이 검증국면에 묻힌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