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가 보유한 삼성석유화학 지분(47.4%)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석유화학은 BP사와의 협력 관계를 청산하고 독자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일 "그룹 차원에서 BP사가 보유한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최근 BP사 측에 인수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며 "BP사는 조만간 그룹과의 지분 매각 협상 여부를 통보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기존 주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주당 인수 가격 등은 협상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석유화학은 제일모직(21.39%) 삼성물산(13.05%) 삼성전자(12.96%) 등 삼성그룹이 47.4%(188만156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BP사는 47.4%를 갖고 있다.

신세계도 5.2%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BP사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94.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지분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석유화학은 1974년부터 계속된 BP사와의 협력 관계를 끝내고 삼성 계열사들이 대주주인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삼성석유화학은 앞으로 독자 경영을 통해 화섬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만을 생산해온 단순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본격적인 투자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BP사와의 결별 이후 새로운 생존전략을 짤 예정"이라며 "해외시장 진출 등 성장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BP사가 보유한 삼성석유화학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유화 계열사 간의 사업 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만간 삼성의 유화부문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삼성의 유화부문 계열사로는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제일모직(화학부문) 등이 있으며,이 가운데 합작사인 삼성토탈을 제외한 계열사 간 합병이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의 유화부문 사업영역이 여러 계열사로 분산돼 있지만,이번 삼성석유화학의 독자 경영 전환을 계기로 통폐합이나 사업 조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