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미군 파키스탄 진입 위험 감수해야"

이라크전을 반대해온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1일 자신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라크 주둔 미군을 당장 철수시키고 그 병력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 이라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현지 당국의 허가없이 파키스탄으로 병력을 투입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미국인을 3천명이나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이 그곳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다"면서 "내가 군통수권자가 되면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이들을 아프간과 파키스탄 전장으로 보낼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또 "아프간에는 적어도 2개 여단을 파병하는 동시에 10억달러 이상의 비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동맹국들과 테러리스트 연계망을 분쇄하기 위해 3개년간 50억달러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파키스탄내 테러리스트 소탕 문제는 파키스탄 정부가 해결하겠다"며 미군의 자국내 진입을 반대하고 있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 미군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어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을 겨냥, 자국내에서 벌어지는 테러리스트들 준동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파키스탄 정부가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내쫓지 않으면 오바마 통치하에서는 미군이 파키스탄 국경을 넘거나, 수억달러 상당의 대 파키스탄 지원을 상실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전을 일관되게 반대, 반전주의자 이미지가 강하게 구축돼 있는 오바마 의원이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아프간은 물론 인근 파키스탄에 미군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외교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당내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자신을 "너무 순진하다"고 몰아세운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