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막아내던 기관이 1일 주식을 팔면서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주식형 펀드로는 연일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조정을 우려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자금 집행을 늦추면서 기관 매수세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관이 시장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어 수급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가 견조한 데다 주식 편입 비중을 낮췄던 기관들도 지수가 추가 하락하면 다시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기관이 순매수 기조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금 집행 미루는 자산운용사


1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주식형 펀드에는 6664억원이 새로 들어와 하루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 7월 한 달간 들어온 자금도 4조7552억원에 달해 월간 기준으로도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투신권의 순매수 자금은 펀드 유입액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1조7559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2491억원이 들어왔고 1일에도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투신권은 오히려 매도 또는 소폭 순매수에 그쳐 수급을 악화시켰다.

이재현 KTB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펀드 규모가 작으면 주식 편입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오는 자금으로 바로 주식을 사야 하지만 펀드 규모가 커지면 자금 집행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최근 대형 펀드들이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매수 시기를 조금씩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모 주식형 펀드의 경우 목표수익률에 따라 주식 편입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까닭에 최근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투신의 이런 움직임은 단기적인 것이어서 조만간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산운용사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오면 주식을 사야 한다"며 "자금 집행 시기는 기껏해야 2∼3일 정도 조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같은 강세장에서 기관이 타이밍에 맞춰 주식 편입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동차·IT·금융주는 산다

지수에 부담을 느끼면서 기관들의 매수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재료를 보유한 간판주는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 6월30일부터 7월31일까지 한 달간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차(3686억원)와 포스코(2847억원),삼성증권(2350억원),KT&G(2330억원),삼성전자(2282억원) 등 자동차와 정보기술(IT),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들은 또 하나금융과 현대제철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한국전력 SBS 등도 1000억~2000억원 순매수했다.

올 상반기까지 기관들은 기계 조선 화학 등 중형주 중심으로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동차와 IT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증권사를 갖지 않은 국민은행은 사지 않고 신한지주나 하나금융처럼 계열 증권사가 있는 은행을 순매수했다"며 "이처럼 기관들은 재료를 보유한 대형주를 선별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완/김남국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