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규제 변화… 휴도폰 유통시장 빅뱅

휴대폰 유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통신 서비스에 관한 제도가 대대적으로 바뀜에 따라 이동통신 대리점이 무한경쟁 시대를 맞았다.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재판매'가 본격화되면 재판매 대리점이 곳곳에 들어선다.

여러 통신 서비스를 묶어 할인 판매하는 '통신 결합상품'도 변수다.

대리점에서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판매하게 된다.

내장된 카드만 옮겨 끼우면 휴대폰을 바꿔 쓸 수 있는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카드 개방'도 큰 변수다.

통신 결합상품 판매가 본격화되면 휴대폰 유통시장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대리점에서 이동통신은 물론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초고속 인터넷과 케이블TV 상품을 팔고,하나로텔레콤 대리점에서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판매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동통신 가입 채널이 늘어나면 기존 대리점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들은 직영 대리점 중심으로 결합상품을 판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1400여개 대리점 가운데 200여곳을 지역센터에서 뽑아 결합상품 판매 포스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KTF도 1300여개 대리점 중 체험매장인 '굿타임샵'등 200여곳에서 결합상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직영점 290곳을 중심으로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판매하는 교차판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최종각 KTF 차장은 "서비스를 잘하는 대리점에서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통신상품 교육과 시스템 구축이 끝나면 판매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앞으로 대리점은 유선통신,방송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통신 전문점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정의 통신비 설계까지 상담해주는 컨설팅 공간도 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 서비스 재판매 의무화도 기존 대리점에는 위협 요인이다.

유·무선 통신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KT와 SK텔레콤은 통신망을 재판매 사업자에게 개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남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생겨날 수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판매점은 새로 생겨날 재판매 사업자 대리점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3세대폰의 유심카드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도 큰 변화다.

지금은 휴대폰을 교체할 때 반드시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나면 달라진다.

유심카드만 옮겨 끼우면 휴대폰을 교체할 수 있다.

이통통신 대리점에서는 가입만 하고,휴대폰은 할인점이나 전자매장,심지어 자동판매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이동통신사의 주도권은 약해지고 제조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중고 휴대폰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중고폰을 구입해 유심카드를 옮겨 끼워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중고폰 전문점도 생겨날 수 있다.

물론 유심카드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는 당장 나타나진 않는다.

아직은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16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TF의 경우 2012년께 돼야 자사 가입자 대부분이 3세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결합상품 판매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휴대폰 유통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다고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