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제이 로한은 올해 스물한 살의 할리우드 스타다.세계에서 가장 섹시하다는 평과 함께 잘나가던 그가 연일 말썽이라는 소식이다.음주운전 및 코카인 소지 혐의 등으로 체포된 그는 얼마 전 잡지 인터뷰에서 "외롭다.일요일,주위에 아무도 없고 지나가는 자동차마저 안보이면 악몽이다"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리스먼의 말 그대로 '군중 속의 고독'인 셈이다.

배우 아닌 보통 미국인도 네 명중 한 명은 '절친한 친구가 한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는 마당이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아는 사람도 많고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만 수 백개씩 돼도 막상 뭔가 의논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슬픈 일은 몰라도 기쁜 일을 나눌 사람은 더더욱 적다.

타인지향적일수록 외로움만 더해질 뿐이라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통해 존재를 확인받으려 애쓰는 게 사람이다.

현직을 그만 둔 이들이 갑자기 뚝 끊어진 연락 내지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남 때문에 외로운 건 그래도 낫다.

부모는 애써 키운 자식이 자나깨나 걱정하는 마음을 몰라줘서,자식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로 인해 외롭다.

수십년 함께 산 부부도 메워지지 않는 간극 때문에 외롭고,죽자사자 하는 연인들조차 때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상대방 때문에 외롭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뒤늦게 세례를 받은 계기로 '절대 고독 속에서 느낀 외부의 힘'을 꼽았다는 보도다.

약관 스물두 살 때 등단,50년 동안 문학 전 분야를 아우른 빼어난 문인이자 탁월한 문화행정가로 유명한 그가 절대 고독의 시간을 거쳐 종교에 귀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고독은 돈이나 권력은 물론 술 도박 오락 등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일찍이 절대 고독 앞에 섰던 이들은 종교에 자신을 내맡기거나 이웃과 나누는 삶을 선택하고서야 헛헛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언젠간 자신을 둘러쌀 '절대 고독'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