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나라당은 DJ와 전쟁 중.'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지도부가 'DJ 때리기'총력전에 나서 주목된다.

특히 동교동계 출신 설훈 전 의원이 최근 '손학규 캠프'에 합류하자 공세 강도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제 여권 주자들에게 구세주가 아니라 걸림돌일 뿐인데도 (범여권 주자들은) 해바라기처럼 DJ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DJ 브랜드로는 결코 지지율 10%를 넘을 수 없다"면서 "DJ로부터 젖을 떼야만 살 길이 열린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12월 대선에서 호남 민심을 볼모로 한 DJ의 지역주의 전선과 싸워야 한다"며 "DJ의 낙점이 있으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황색말로 갈아탈 게 분명해 보이고 이는 매우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김 전 대통령의 '리모컨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감옥을 다녀온 둘째 아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더니 허둥대는 국정파탄세력을 재촉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간판만 바꿔 신장개업시키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 같은 'DJ 경계론'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간 펼쳐지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을 희석시키는 한편 범여권 통합작업에 대한 전략적 견제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최근 설훈 전 의원이 '손학규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자 "동교동 망령이 다시 한국정치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DJ를 정면 비판했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호남권의 지지도가 높다"며 "그러나 DJ가 범여권의 특정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지역주의 구도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설훈 전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J는 항상 국민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저는 손 전 지사를 지원하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