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최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법인세 인하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민주당은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리기를 원하고 공화당은 기업 관련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이런 토론회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법인세와 관련한 토론에서 제기되는 대표적인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법인세가 국가 세수를 늘리는 데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법인세가 기업과 비기업 부문의 자본 흐름을 왜곡시키고 기업 투자와 자원 배분 결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은 법인세 인상 조치가 세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오히려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세금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법인세와 관련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이슈는 과연 누가 법인세를 실제로 부담하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이 낸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게다가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 자본 유출과 투자 위축,생산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

미 의회 예산처의 윌리엄 랜돌프 연구위원은 법인세의 70%가량을 노동자가 떠안는다고 주장한다.

직접적인 현장 조사를 통해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인세를 1%포인트 올릴 경우 제조업 임금 상승률이 0.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인상분의 대부분을 노동자가 부담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노동자들로서는 법인세를 올리는 것보다 근로소득세를 좀 더 내는 게 낫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보다 법인세를 인하하는 대신 소득세나 소비세를 올리자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조사가 미국에서 진행되는 동안 유럽 등 경쟁 국가들은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경쟁국 간 법인세율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유럽 국가들은 법인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소비세 증가를 통해 만회하고 있다.

이것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지하는 조세 개혁 방향이다.

법인세를 어느 정도 내려야 법인세 인하 효과가 최대로 늘어날까.

대답은 분명치 않다.

경제학자들은 '넓은 세원,낮은 세율'이라는 격언을 자주 인용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 워릭대학교의 마이클 데버루 교수는 세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법인세 수준을 30% 이하라고 추산했다.

이는 미국의 현재 최고 법인세율 35%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게 되면 투자가 활발해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을 의미한다.

내 생각에 폴슨 장관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글렌 허버드 학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법인세 신화(The Corporate Tax Myth)'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