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시 건설기획국 7급 직원으로 근무 중인 A씨(31).200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대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했지만 1년여 만에 사표를 냈다.

퇴사 후 바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그는 2004년 서울시 9급 공채를 통해 한 동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다시 7급 공채에 응시해 합격한 그는 지난 3월부터 본청에 배치돼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일반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서울 동작구청 교통행정과에 근무하고 있는 B씨(33·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교수 추천으로 외국계 운송회사에 6년 정도 다녔다.

그곳에서 해외 교신,항공화물 수출 등을 담당했던 그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작년 7급 공채에 합격,동작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B씨는 "외국계 기업 근무 당시 4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급여는 적더라도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다가 직업 안정성과 삶의 여유 등을 찾아 공무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고시뿐만 아니라 과거 고졸이 많이 응시했던 7,9급 하위직 공무원 시험에도 대거 몰려 '공시(公試)'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공채에 합격해 올 3월 임용된 7,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 451명 중 서울대 연·고대 등 이른바 'SKY대' 출신자는 6.6%인 30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02년 임용된 SKY대 출신 하위직 공무원은 7명에 불과했다.

특히 2002년에는 SKY대 출신 중 9급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13명이나 됐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합격자 비율이 94.3%(합격 기준)에 이르렀다.

9급의 경우 93.9%가 대졸(재학생 포함) 이상의 학력자이다.

한편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 학위자도 6명이나 됐다.

또 석사 학위자의 경우 7급(1명)보다 9급(5명)이 더 많았다.

하위직 공무원도 명문대·고학력 출신들이 주류를 이뤄 가는 '공무원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신인사 시스템을 마련한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수한 인력이 공공 부문에 진입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7급이나 특히 9급은 하위직으로서 창조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매뉴얼에 따른 기계적인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수 인재가 7급과 9급으로 들어오는 데 반해 기존 인력이 이들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겨 전체적인 생산성을 낮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