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수익 83억… 지재권 지출비용 94억


국내 대학들이 연구개발(R&D) 로 얻은 기술을 이전해 올리는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특허출원 및 유지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R&D 활동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는 대학들이 연구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시장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탓에 지식재산권 지출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대학 기술 이전 담당인력의 전문성 부족때문에 대학의 기술이전율이 10%에도 못 미쳐 기술료 수입 자체가 적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연구기관 연구성과관리 실태점검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점검 대상은 지난해 국가연구개발비를 100억원 이상 사용한 35개 대학과 24개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소다.


◆실적쌓기 급급 특허출원 남발

이번 실태점검 결과 35개 대학들이 지난해 기술이전을 통해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은 8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들 대학이 같은 기간 특허출원과 특허유지 등을 위해 쓴 지식재산권 지출 비용은 94억원이나 됐다. 벌어들인 돈보다 11억원을 더 지출했다는 계산이다.

2002년 이후 대학의 지식재산권 지출 비용은 2005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 줄곧 기술이전료 수입보다 많았다.

대학의 R&D활동이 이처럼 '만성 적자'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특허출원 건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고 과기부는 분석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미국 대학들의 경우 발명·신고된 기술 중 40%만 특허출원으로 연결되지만 한국 대학들은 거의 대부분이 특허출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기부의 이번 점검 대상이 된 35개 대학은 지난해 총 446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2005년(3106건)보다 약 44%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지난해 국내 전체 특허출원 증가율(3.3%)의 약 13배에 달한다.

김해도 한국과학재단 성과관리팀장은 "정부 예산을 받아 수행하는 각종 연구사업에 대한 주요 평가 잣대가 논문이나 특허출원 건수다 보니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기술도 일단 특허를 출원하고 보자는 풍토가 대학 내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담당 인력 전문성 취약

더 큰 문제는 대학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우수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민간 기업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술이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대학에서 특허관리나 기술이전 등을 담당하는 인력은 대학당 평균 4.8명(비상근 포함)이다.

미국(8.2명) 일본(14.3명) 캐나다(8.3명)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과기부 관계자는 "기술이전 담당자는 기술의 속성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한다"며 "현재 각 대학은 기술이전 전문 인력을 운용하고 있지만 기피 보직으로 인식되고 있어 2∼3년에 한 번씩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기술이전 담당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술이전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의 지난해 조사 결과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9.3%(2005년 말 누적 기준)에 머물렀다.

총 10건의 기술을 개발하면 단 1건만 사업화로 이어지고,나머지는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기술이전 비율이 28.3%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