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 당 수천만원짜리 휴대전화가 꾸준히 팔려나가지만 월 평균 이동통신 사용 요금은 1만원도 안되는 곳이 하바로프스크, 연해주 등 러시아의 극동지역이다.

이 지역은 모스크바 등 러시아의 중심 도시에 비하면 경제력이나 문화 수준이 크게 뒤떨어지지만 이미 휴대전화 가입 비율은 100%를 넘었다.

한 사람이 2∼3개의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는 것이 이 곳에선 보편화 돼 있다.

최근 러시아에 오일달러가 밀려드는 등의 이유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옷갈아 입기'가 더욱 빨라지고 국민 소득도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통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수천만원 휴대전화도 잘 팔려 = 29일(현지시간) 하바로프스크 도심에 위치한 엔카시티 쇼핑몰 3층의 한 상점.
고급 휴대전화와 시계를 파는 이 상점에는 금장으로 테두리를 두른 휴대전화가 비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 휴대전화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면 68만 루불. 우리 돈으로는 무려 2천500만원이니 우리나라에서도 대졸 초임 연봉에 맞먹는 큰 돈이다.

이 휴대전화는 세계 휴대전화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자회사인 `버투(VERTU)'가 주로 특별한 선물이나 기념품 용도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런 수천만원짜리 휴대전화가 러시아의 중심인 모스크바도 아니고 변두리인 하바로프스크 시내 5∼6평 규모의 조그만 상점에서 한달에 수십개가 팔려나가고 있다.

금장 휴대전화보다 더 비싼 100만 루블(한화 3천600만원) 짜리 휴대전화도 두 달전에 이 상점에서 팔렸다.

하바로프스크시에서 버투 휴대전화를 독점 공급한다는 이 상점의 판매원 꼬제바도프 세르게이(33)씨는 "지난해 12월의 경우 20여개를 이 매장에서만 판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휴대전화는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선물이나 기념품 용도로 판매되는 것으로 이 나라에는 부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취업한 경우 받는 초임 월 300∼500달러로 한화로 30만∼50만원 수준이다.

이 쇼핑몰에서 5㎞ 가량 떨어져 있는 러시아 전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MTS(엠떼에스) 매장에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새로 가입하거나 휴대전화 단말기에 끼워서 통화를 할 수 있는 SIM카드를 구입하는 고객으로 창구마다 북적거렸다.

이 매장에 비치된 휴대전화는 직장인들이 한달치 월급을 전부 털어내야만 살 수 있는 40만∼50만원짜리 고급 휴대전화와 3만∼4만원이면 살 수 있는 저가폰들이 함께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시장 전략제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미니스커트폰'으로 판매되는 `울트라에디션10.9(SGH-U600)'도 1만4천990루블(한화 54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진열돼 있다.

이 매장의 판매 직원은 이 제품을 가리키며 "최근에 나온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비싸지만 삼성과 노키아의 고급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요금은 한국에 비해 훨씬 싸 = MTS 현지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이동통신 표준요금은 1분에 2루블로 한화로 72원이다.

이를 10초 기준으로 환산하면 12원으로 같은 기준으로 20원인 SK텔레콤에 비해 60% 수준이다.

가입비는 175루블을 받지만 145루블을 통화할 수 있도록 적립해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입비는 30루블(한화 1천80원)로 SK텔레콤의 가입비(5만5천원)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하다.

매장의 마케팅 총괄인 오찌쁘 니콜라이(29)씨는 "기준요금 외에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요금을 가지고 다른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가입자당매출(ARPU)은 월 10달러(9천210원). 2분기 4만5천108원을 기록한 SK텔레콤과는 큰 격차를 나타냈다.

블라디보스토크시를 포함해 연해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자회사인 NTC(엔떼까)의 가입자당 월 매출은 8달러로 하바로프스크보다 이동통신 소비수준이 낮았다.

◇이동통신 보급률 110%...유선통신은 `걸음마' = 연해주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207만명으로 전체 인구(200만명)보다 많고 현재는 보급률이 110%를 넘고 있다.

반면, 유선통신의 보급률은 일반전화(PSTN)의 경우 43%로 가정에 아직 전화가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초고속인터넷 가입률은 7%로 이제 시작 단계다.

NTC가 연해주에 진출해 현재 GSM(유럽이동통신방식)으로 1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이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선통신 분야의 가입자는 일반 전화가 3만명, 초고속인터넷이 4천500명으로 저조하다.

이는 연해주 시장의 특성이 유선보다는 무선에 수요가 집중돼 있고 유선 보다는 무선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김준철 NTC 전략부장은 "극동지역은 유선통신에서 출발해 무선통신으로 단계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무선으로 점프했다"며 "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체계적인 서비스 경험을 갖고 있는 KT가 극동지역처럼 과도기적으로 혼재된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