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喜雨 < 공군본부 전력기획처장 >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드라마와 연예인이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열광적으로 환영받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소위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형성된 것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신기한 듯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영국에서 열린 국제 비행훈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돼 런던에 도착했을 때 필자는 우리나라가 만든 고등훈련기인 T-50이 마치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스타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이 T-50 고등훈련기를 컨퍼런스 주제의 하나로 채택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일체의 초청 비용을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발표 순서에서도 황금시간대에 배정을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항공 역사가 100년 이상 되는 선진국들이 만든 훈련기가 즐비한 가운데 T-50이 각광을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T-50은 전투기급의 고기동 성능과 최신의 전자장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첨단 전투기에 적합한 유일한 차세대 고등훈련기다.

15년 전 미래의 고등 비행훈련 요구를 정확히 간파한 우리 공군의 분석력이 오늘날 T-50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T-50을 비롯해 육군의 K-9자주포,차기 전투보병장갑차와 차기 전차,해군의 잠수함,그 외에 각종 미사일 등도 현재 국제 무기시장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무기가 수출 효자 종목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얼까? 먼저 1970년 후반부터 시작된 방위산업 육성 정책이 기초가 돼 그동안 축적된 방위산업 기술이 다양한 인프라를 형성하면서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미국과 러시아와 같이 글로벌한 전장(戰場)을 배경으로 설계한 무기체계보다는 우리나라와 같은 규모의 전장 환경에 적합한 무기체계가 더 많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전투기,함정,전차와 같이 체계 종합적인 무기가 우리의 발전된 산업 능력과 맞물리면서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손 기술과 고학력 두뇌가 이제는 무기도 우리가 만들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T-50은 아랍에미리트(UAE)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 최종 후보 기종으로 선정돼 최근 UAE로 날아가 최종 평가비행을 마쳤다.

우리의 방산물자가 명품 무기가 돼 새로운 한류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