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4일 장중 2000선을 돌파한 후 다시 1990선으로 밀렸다.

외국인이 차익 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낸 데다 2000선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흐름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땅을 밟기 위한 자연스러운 진통 과정으로 해석했다.

2000선을 일시적으로 넘더라도 안착엔 수개월의 기간 조정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분 맛본 지수 2000시대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함께 2000선을 가볍게 돌파하며 2005마저 넘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기다렸다는듯 매물을 내놨고 2000선 돌파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도 매수 주문을 내는 걸 주저했다.

이렇게 해서 지수 2000선은 장중 5분을 넘지 못했다.

지수 2000선을 단숨에 넘어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여는 게 예상만큼 쉽지 않았던 셈이다.

지기호 서울증권 부장은 "미국 다우지수도 1980년대 2000선을 넘기 위해 4개월 가까운 기간 조정을 거치며 에너지 축적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증시도 '마디' 지수로 대표되는 100단위나 1000단위를 넘을 때는 수차례 장중 시도를 경험했다.

1989년 최초로 1000선을 돌파할 때 역시 5번의 시도 끝에 힘겹게 안착했다.

지 부장은 "다우지수보다 국내 증시 영향력이 더 큰 나스닥지수의 상승 탄력이 먼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통계적으로 볼 때 국가별 6개월 증시 수익률은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한국은 지난 3개월 상승률이 29%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올라 6개월 수익률이 비슷해지는 수준에 이르려면 향후 3개월간은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확률상으로 볼 때 상승 탄력이 약화될 시점이란 얘기다.

◆2000선 공략은 이어진다

코스피지수 2000은 증시의 새 지평을 연다는 점 외에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저평가 문제도 해소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 만큼 심리적인 저항이 우려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 개선과 가속도가 붙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을 감안하면 2000선 돌파는 시간이 문제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성이 높으나 최근 주식형펀드로 쏟아져 들어오는 시중자금과 부족한 유통 주식 수 등을 감안하면 2000선 공략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0선을 눈앞에 두고 지수가 하락해도 1900선을 지켜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정이 있더라도 가격보다는 기간 조정 형태를 띨 전망"이라며 "큰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1900선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수 2000시대를 맞는 데 있어 조선·기계 등 중국 관련주와 정보기술(IT) 금융주가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고성장을 기반으로 이익 개선 추세가 계속될 조선 기계 건설주의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IT주에 대한 관심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증권도 영업환경이 개선되는 IT 자동차와 저평가주인 은행 통신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