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외곽의 리젠트 오토모빌즈.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판매대리점인 이곳의 인기 차종은 단연 시보레 스파크.

한국의 GM대우에서 생산하는 마티즈의 변형모델인 이 차량은 나온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현대차의 주력모델인 상트로(아토즈 변형모델)보다 약간 비싼 값에 팔린다.

이 대리점의 판매담당 부페쉬 네기씨는 "품질보증 기간이 3년으로 상트로보다 1년 길고 타이어와 서스펜션도 뛰어나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로한 모터스.인도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동차메이커인 마루티·스즈키(일본 스즈키의 현지 합작업체)의 대리점이다.

매장에는 알토 왜곤R 스위프트 등 상트로의 경쟁차종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한때 현대차의 '황금어장'으로 꼽히던 인도 시장이 어느새 치열한 격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글로벌 업체들이 몰려들고 토종업체들도 공세에 가세하면서 신차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4개에 불과했던 신차가 올 상반기엔 벌써 7개를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3개 차종이 대기 중이고,내년에도 9개 모델이 선보일 예정이다.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마루티 스위프트 디젤(1월)-BMW 3S(3월)-GM 스파크(4월)-피아트 팔리오(4월)-마힌드라·르노 로간(4월)-마루티 SX4(5월)-GM 옵트라 디젤(6월).

올 상반기 인도시장에 출신된 신차들이다.

최근 1~2년 새 인도에 진출한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모델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차의 상당수가 현대차의 주력모델인 상트로의 아성을 넘보는 컴팩트카급의 경쟁차종이라는 것.

상트로는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상대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상트로급차로는 마루티·스스키만 해도 4개(왜곤R,젠 에스틸드,알토,스위프트)나 갖고 있다.

여기에 토종업체인 타타의 인디카와 시보레 스파크,피아트 팔리오 등을 합치면 상트로를 빼고도 6개나 된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30만~40만루피로 상트로 가격(29만~46만루피)과 비슷하다.

특히 GM대우의 마티즈 변형모델인 시보레 스파크는 앞으로 현대차를 크게 위협할 경쟁모델로 꼽힌다.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글로벌 업체들도 컴팩트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르빈드 매튜 포드 인도법인장은 지난 17일 열린 퓨전 디젤차 발표회에서 "소형차(small car)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의 후쿠이사장도 작년 말 인도에 소형차 전용공장을 설립,2009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현재 연산 6만대 규모인 뱅갈로르 공장을 25만대까지 증설하고 2009년부터 인도에서 30만루피 이하의 컴팩트카를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만~300만원대 저가차 경계령



인도 토종 자동차업체인 타타는 내년부터 일명 '원랙카'(1Lacs=10만루피)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지에서 오토바이 가격이 4만~5만루피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싼지 짐작이 간다.

타타뿐 아니라 닛산도 저가차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최근 "인도시장용 3000달러짜리 저가차를 인도에서 개발·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르노닛산은 실제 현지 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손잡고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지역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2009년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판매법인의 장원신 부장은 "마루티 알토와 M800은 싼가격에 힘입어 연간 20만대나 팔리고 있다"며 "앞으로 저가차가 쏟아지면 인도 승용차 시장에 대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델리ㆍ첸나이=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