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글로벌 인플레'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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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중국발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수출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의 물가안정 기조가 위협받고 있다.
세계 물가 안정에 1등 공신인 중국이 거꾸로 '인플레 수출국'으로 지목받고 있다.
중국의 상품 수출가격 인상이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의 중국상품 평균 수입물가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평균 0.3% 올라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저가 중국 제품에 힘입어 유지돼 왔던 미국의 물가 안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최근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중국의 수출가 인상으로 인한 물가 불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역시 5월 말 기준으로 중국산 전기전자 부품의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6%나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산 상품 가격이 원가 인상 요인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데 있다.
2000년 평균 9371위안에서 작년 2만1001위안으로 두 배 이상 오른 중국의 임금은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게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확대와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중국 노동자의 임금 상향 조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수출 억제정책을 취하고 있어 중국산 제품의 공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단순 임가공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등의 수출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도 중국산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중국의 인플레 억지력이 소멸돼 가고 있다.
각국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이달 초 금리를 5.75% 인상,중국산 상품에 의존하던 물가상승 억지를 금리 정책으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해외에서 들여오는 상품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번주 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캐나다 역시 금리를 4.5%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금리인상 러시는 모두 개별적인 사유를 갖고 있지만 중국 상품의 가격 상승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시에테제네랄 런던 지점의 브라이언 힐리어드는 "중국의 저가 제품이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 할인매장에 공급되면서 물가를 안정시켜 왔다"며 "이제 그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면을 상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선 중국발 인플레 우려가 과장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인도 등 신흥 시장은 노동력이 여전히 저렴해 중국을 대체할 지역이 많다는 것.그러나 "중국산 상품의 가격 상승 요인은 일시적인 게 아닌 구조적인 것이어서 세계 경제가 중국을 통한 물가 안정을 더 이상 향유하긴 어렵다"(주중 한국대사관 김두현 재경관)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산 저가 상품으로 물가 안정을 누렸던 세계 각국은 이제 스스로 인플레를 막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