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단체가 22일 밤 협상 시한을 극적으로 연장,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州)의 경찰 총수인 알리샤 아마드자이는 "부족 원로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통해 탈레반 측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좋은 결과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 납치 세력이 동료 석방을 포함해 다양한 요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시간을 길게 늘여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테러리스트와 협상'수용

조중표 외교통상부 1차관과 문하영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 실무 지원단으로 이뤄진 정부 협상단은 이날 오후인도 뉴델리를 거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정부 대표단은 란긴 다드파르 스판타 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 등을 만나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아프간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해 납치단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협상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겠다며 우왕좌왕하다 2004년 이라크에서 납치된 고(故) 김선일씨 피살을 막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국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하고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아프간 정부, "최대한 노력"

정부 당국자는 무장단체의 요구 조건과 관련, "다각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같은 수의 동료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날 외신이 보도했으나 수색을 포함한 군사작전 중지 등 요구 조건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 조직 내 의사결정 체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 보도대로 동료 석방이 궁극적인 목적일 경우 등에 대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죄수 석방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소관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난 3월 탈레반 재소자 5명을 석방하고 2주간 억류됐던 이탈리아 신문기자 1명과 맞교환했다.

국내 여론에 밀린 이탈리아 정부가 주둔군 철수를 암시하며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례는 탈레반의 납치가 활개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주둔 동맹군을 이끄는 미국을 통해 독일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독일은 같은 단체에 인질로 잡힌 국민 2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탈레반과의 협상을 거부했다.

독일군 3000명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평화유지군의 주력 부대다.

○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의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피랍된 한국인 23명은 대체로 건강하며 음식과 의약품을 제공받고 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가즈니주 카르바그 지역의 경찰 담당자인 키와자 모하마드 사디크는 현지 뉴스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
레스(AIP)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들은 음식과 홍차를 제공받고 있다"며 "인질 가운데 의사가 있는데 탈레반은 그가 처방한 약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한국인 인질들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들
을 아주 잘 대하고 있다"며 "개로 하여금 포로를 물게 하는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만약 아프간 군 당국이 무력으로 이들을 구해내려 하거나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23명의 한국인 인
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일본 NHK방송은 탈레반 한대변인의 말을 인용, "한국인 인질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며 "이들은 식사도 하고 수면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AIP는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측에 석방을 요구할 수감자 명단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AIP는 "석방 요구 대상 수감자 명단이 완성됐다"며 "이 명단은 정부 측에 건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