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도 민간인을 납치해 목숨을 담보로 위협을 가하는 테러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번에 피랍(被拉)된 한국인들은 순수한 선교·봉사를 목적으로 현지를 방문 중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이번 사태 발생 후 정부가 협상단을 파견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피랍된 국민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외교당국의 재외국민 보호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아프간은 다국적군과 무장세력 간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고 외국인 납치가 빈발할 정도로 치안상태가 극도로 불안한 곳이다.
게다가 올해 초 국가정보원이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납치계획 첩보를 전파했는데도 정부가 아프간을 여행제한지역으로만 분류하는 등 미온적(微溫的)으로 대처하다가,이번 사건이 터진 후에야 여행금지지역으로 뒤늦게 지정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차례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 군대의 해외파병과 기업의 해외진출,관광·유학·선교 목적의 해외 체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납치·테러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놓인 지 오래다.
2년 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납치돼 피살된 사건을 비롯한 테러공격,몸값을 노린 우리 근로자 및 원양어선 납치사건 등이 각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차제에 정부의 재외 국민에 대한 보호대책에 소홀한 점은 없는지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혁신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재외국민이나 해외여행자들은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주의를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해외에서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아프간은 어느 곳보다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지역인데도 정부의 여행제한조치에 상관없이 무모하게 선교·봉사 여행에 나섬으로써 스스로의 생명이 위협받고 국가정책의 추진에도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결과까지 초래(招來)됐다. 더이상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