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진의파악 주력" … 외교부도 비상체제 돌입

아프간엔 공병.의료부대 210여명 … 전투부대는 없어

한국인들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가 한국군 철군을 요구한데 대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20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현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단체로부터 직접 요구를 받은 게 아니라 외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진의 여부 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이날 오후 11시부터 무장단체의 한국군 철군 요구와 관련,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한국군 다산(공병)·동의(의료)부대원 210여명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전투부대원은 파병돼 있지 않다.

60여명 규모의 동의부대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동맹군과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지원과 질병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150여명으로 구성된 다산부대는 전후 아프간 재건을 위해 건설 및 토목공사,한·미 연합 지방재건단(PRT) 지원,대민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의·다산부대는 이번 사태에도 부대방호 태세를 평상시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으나 부대원들의 영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면서 만반의 경호 태세를 갖추도록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의·다산부대는 올 연말 철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파병 연장을 공식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국군 철군 요구가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2월 다산부대에서 파병임무를 수행하던 윤장호 하사가 폭탄테러로 희생되기도 했다.

합참은 이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의 억류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상황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합참 작전본부장인 김근태 중장을 반장으로 10여명으로 구성된 대책반은 아프간 탈레반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들의 안전 여부와 무장세력 동향 등을 파악해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 지원하고 있다.

합참은 ISAF(동맹군사령부) 및 CJTF-82(미 아프간사령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탈레반 세력의 동향과 한국인 억류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합참은 다산부대 관계자 1명을 CJTF-82에 상주토록 하고 수집된 정보를 외교부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락장교 1명도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에 보내 업무에 협조토록 했다.

군 소식통은 "현지에서도 억류된 한국인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정부 관련 부처에서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을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합참과 육·해·공군 및 해병대 모든 장성과 국방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주말 골프금지 지침을 긴급 하달했다.

국방부는 국민 20여명이 아프간 무장세력에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장성과 간부들의 골프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는 행위라면서 이들이 조기에 석방될 수 있도록 장군과 간부들도 관련 분야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