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없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의 실체 여부를 확인하는 건데 더러는 있고 더러는 없다.

없는 건 애당초 잘못 알려진 경우다.

그렇다면 현대판 신데렐라는 '있다 없다' 가운데 어느 쪽일까.

다른 데서는 몰라도 TV드라마에선 툭하면 신데렐라가 태어난다.

'신데렐라'스토리의 요체는 간단하다.

재투성이 부엌데기(내세울 것 없는 여자)가 왕자(모든 걸 갖춘 남자)를 만나 하루 아침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라선다는 얘기다.

동화 주인공이 왕자비가 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

왕자를 만나고 싶다는 '꿈'과 잠시나마 변신을 돕는 '요술쟁이'등장이 그것이다.

드라마 속 신데렐라의 탄생요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 아랑곳 않는 당돌함과 우연한 만남을 필연으로 만드는 끈기,처지를 안쓰럽게 여긴 주위의 도움을 바탕으로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쥔다.

동화와 드라마는 여기서 끝난다.

왕자비가 된 뒤의 신데렐라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왕가의 법도와 규범을 몰라 마음고생을 실컷 했는지,성장배경이 다른 왕자와 종종 부딪치고 그 결과 왕자의 미움을 받아 뒷전으로 밀려났는지,출신이 별 볼일 없다는 주위의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에 시달렸는지,이 모든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 알 길 없다.

드라마는 보여주지 않지만 한때 '신데렐라'로 각광받던 이들의 순탄하지 않은 인생은 모두가 선망하는 '신데렐라'가 과연 있는 건지 궁금하게 만든다.

위조한 학력으로 승승장구,'미술계의 신데렐라' 혹은 '방송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이들의 연이은 낙마는 신데렐라에 대한 꿈의 허황성을 드러내고도 남는다.

꿈이 있었다면 자신을 옭아매는 세상과 당당하게 맞섰어야 옳다.

가짜 학력을 내세워 올라선 이들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기루를 쫓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밟다 폭발해버린 무면허운전자에 지나지 않는다.

우연히 혹은 호박마차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신데렐라는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