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는 서모씨(68)는 14년 전부터 왼손이 떨리고 몸 전체의 움직임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2년 뒤 동네 병원에서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효가 있어 증상이 나아졌으나 점차 양손이 심하게 떨려 수저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발걸음이 잘 내디뎌지지 않아 짧은 거리를 걷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나마 쉽게 넘어지곤 했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약 기운이 지속되는 시간은 초기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점점 짧아졌다.

서씨는 올 1월 서울대병원 파킨슨센터를 방문했다.

24시간 비디오 모니터링 결과 전형적인 파킨슨병 운동이상 증상이었다.

두 달 뒤 뇌내 시상하부를 전기로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다.

이후 증상이 개선돼 현재까지 파킨슨병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농사일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좋아졌다.

파킨슨병은 뇌의 한가운데 있는 '흑질'신경세포가 파괴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병이다.

도파민을 보급해주는 약으로 대개 호전되지만 만성화되면 이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뇌내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전도 시스템이 운동기능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해당 신경부위를 아예 파괴해 치료했지만 뇌 조직이 손상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뇌심부자극술'이 확산되고 있다.

뇌내 이상부위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서 비정상적인 운동을 유발하는 뇌 신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치료원리다.

뇌내 특정 지점을 짚어낸 후 해당부위를 적절한 전류의 강도로 자극하는 게 핵심 노하우다.

지점이 포착되면 전극을 꽂고 두피 밑으로 선을 연결해 어깨뼈밑 피부에 전기자극기를 심는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5개의 전극을 사용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지점을 찾아냄으로써 수술시간을 3시간가량 줄였고 24시간 모니터링 검사로 집에서도 수술 전에 환자 상태를 정밀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 최신치료의 개선된 점"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법은 본태성진전증,근긴장이상증 등을 함께 치료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돼 과거 3500만원이던 비용이 현재 800만∼1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