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고장 신호를 보낸다. 간기능이 떨어져 간의 소중함을 알 때쯤이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간 질환 하면 으레 간염바이러스와 술을 주범으로 떠올리지만 흡연과 비만도 무시못할 복병이다. 아울러 건강검진할 때 측정하는 간염증지수는 단순히 정상범위에 놓였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낮을수록 좋다.

간을 노리는 가장 큰 위험은 단연 간염바이러스다.

유형별로 간염은 B형 간염이 45~73%,C형 간염 7.5~15%,기타 바이러스성 간염 및 알코올성 간염 1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B형 바이러스 간염은 발병 후 15년째 간암이 될 확률은 35% 안팎이다.

국내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률은 전 인구의 1% 정도다.

자연 치유되는 경우는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지속적인 감염상태를 보인다.

10∼20년 진행되면 10% 안팎에서 간암이 된다.

B형 간염환자는 평균 56세,C형 간염환자는 66세에 간암이 발병한다.

이들 간염은 예방백신 접종,항체 및 인터페론 주사,항바이러스제 복용 등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과음과 흡연은 간염이 간암으로 될 확률을 크게 높인다.

간염 환자가 흡연하면 건강한 일반인에 비해 간암이 걸릴 확률이 15배,음주하면 48배로 상승한다.

간염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한번에 소주 1병 이상,1주일에 3번 이상 마시는 '상습음주자'는 간암에 걸릴 확률이 건강한 일반인의 4∼8.2배 수준에 달한다.

알코올을 해독하는 간의 능력은 유전적 요인과 깊은 관계가 있고 개인 차가 크다.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음주량은 남성은 하루에 소주 4잔 이하,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은 2잔 이하다.

알코올을 하루 평균 80g(소주 1병,양주 150cc,맥주 1500∼2000㏄,포도주 750㏄) 이상을 15년 넘게 마시면 3분의 1에서 간경변이 생긴다.

성인의 하루 알코올 해독능력은 160∼180g이나 아무리 술이 세도 매일 먹으면 견뎌내지 못한다.

애주가들은 하루 80g의 알코올,사흘에 하루 이상의 음주가 데드라인임을 알아두자.

하루 평균 20g이하의 알코올을 마시는 '건전애주가'는 안심해도 될까.

과식하고 운동이 부족하다면 지방간과 지방성 간염을 주의해야 한다.

간의 구성 성분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이하가 정상이나 33%를 넘으면 지방간이다.

비만과 고지혈증 등이 심한 구미에서는 사고사로 죽은 건강한 사람의 3분의 1이 지방간이다.

식사 및 운동요법만 하면 쉽게 나아지지만 방치하면 지방성 간염으로 악화된다.

과다한 지방이 간에 쌓여 간세포를 파괴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내버려두면 10년 뒤 20∼30%가 간경변이 된다.

음주를 하지 않더라도 흡연만으로 간암 발병률이 높아질수도 있다.

흡연자는 건강한 비흡연자보다 간암 발병률이 약 50% 높다.

프랑스 파리12대학의 연구결과 C형 간염 환자 중 하루 1갑씩 20년간(20갑년) 담배를 피운 사람은 84.6%가 중등도의 간조직 활동도(간조직의 염증과 섬유화 진행정도)를 보인 반면 비흡연자는 59.0%가 동등한 활동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기능은 직접 측정할 수 없어 간염증지수인 ALT(GPT), AST(GOT)로 대략 파악하게 된다.

국내서는 이들 정상기준이 40 이하지만 미국에서는 ALT의 경우 남자는 30 이하,여자는 19 이하다.

중국에서 11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ALT치가 40∼60인 사람의 30∼40%에서 간 실질세포에 염증이 일어나고 섬유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ALT치는 낮게 유지될수록 좋으며 정상치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임규성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