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한 벌에 5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해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재미교포 세탁소 사업주 정진남씨. 이 사건으로 미국은 사소한 문제에도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시스템이 남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해 평균 1억 건이 넘는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 미국. 과연 무엇이 미국을 소송의 천국으로 만들었는지 취재했다.


황당한 소송. 황당한 경고문


디트로이트 시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매년 특별한 콘테스트가 열린다. 이름하여 ‘황당 경고문 콘테스트’.

청취자가 제보한 황당한 경고문을 심사해서 가장 황당한 경고문을 공개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콘테스트의 주요 내용이다.

올해에는 '세탁기에 사람을 넣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영예의 1위를 안았다. 왜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에 대한 경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일까? 이유는 소송이다. 덩크슛을 하다가 이가 골대에 걸려 다친 남자가 골대제조업체에 제기한 소송, 도주 중 동상에 걸려 발을 절단하게 된 성추행범이 빨리 자신을 잡지 않았다고 경찰을 소송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을 전자렌지에 말리지 마시오’ '옷을 입고 다리미로 다리지 마시오' 이러한 황당한 경고문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현실이다.

소송으로 흥한 자는 누구인가­…?


미국에서 부자가 되려면 첫 번째 복권에 당첨되어야 하고, 두 번째 유산을 상속받아야 하고, 세 번째 방법은 소송을 걸어 이겨야 한다는 설이 있다.

그 만큼 소송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 1992년 맥도널드 커피에 화상을 입고 맥도널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29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은 한 할머니의 사건은 전설이 되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은 승소할 경우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인데. 하지만 사실 크고 작은 소송을 통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익은 그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소송남용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한해 평균 2000억 달러의 소송비용 역시 미국의 전 국민이 세금과 물건 값 등으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것이 현실.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송은 영세한 사업체의 문을 닫게 하고 큰 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 대신 소송을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


상대적 약자였던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시행된 소비자보호법과 제작물책임법에 대한 오용과 남용이 지적되면서 사법 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많은 단체에서 소송을 유도하는 변호사들을 비판하고 소송남용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하지만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방법은 없다며 현재의 사법 시스템의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약자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는 있는 미국의 소송문화. 양날의 칼은 어떻게 다듬어질 것인가?

미국의 소송의 현황에대해서는 20일 밤11시50분에 방송될 'W'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