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13세기 목조불상과 이 불상의 복장물(腹藏物)에 포함된 다라니경이 찍은 지 꼭 1000년 만에 발견됐다.

이 목조불상은 현재까지 알려진 불상들 가운데 제작연대가 가장 빠른 안동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1199년 제작 추정)과 인접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다라니경을 비롯한 복장유물은 당시 수준 높은 인쇄기술을 잘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은 "불교문화재 일제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산중턱의 보광사(주지 자명)를 조사하던 중 조성연대가 13세기 목조관음보살좌상과 함께 1007년 개성 총지사에서 간행된 '보협인다라니경'(보협인경) 등 당시 인쇄 기술을 보여주는 문서들과 저고리 등 11건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습된 복장유물 가운데 압권은 당시 인쇄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문서들.장정(裝幀)되지 않은 채 갓 인출된 형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인쇄사 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보협인경의 경우 그 자체로도 매우 희소한 데다 장정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고려 초기 목판인쇄 방식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보협인경은 가로 32cm,세로 45cm로 길게 인쇄돼 있으며 총 23장이 수습됐다.

보협인경 첫머리에는 총지사 주지 홍철이 '통화(統和) 25년 정미(丁未)'에 경판을 조성,인출했다는 간행기록이 있어 고려 목종 10년(1007년)에 인쇄됐음이 확인됐다.

총지사본 보협인경은 월정사 석탑 출토품이 현재 보존처리 중이며,일본 도쿄박물관 및 국내 개인 소장품은 있으나 확인된 실물은 극히 희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목판본이 아닌 필사본 보협인경이 1966년 수습된 석가탑 유물에서 확인됐다.

복장 유물에서는 이 밖에도 평양에서 사원(思遠) 스님이 교정해 간행한 '범서총지집'과 '금강반야바라밀경''범자다라니' 등 고려시대 인쇄기술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다수 발견됐다.

또 함께 발견된 저고리 1점은 꼬깃꼬깃하게 접어 넣어 구김이 심하지만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춘 홑적삼이다.

이들 복장유물은 응급조치 후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한편 높이 111cm,무릎너비 70.5cm인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아직 학계에 알려져있지 않던 불상으로 신라금관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화형보관(花形寶冠)을 비롯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식으로 화려하게 멋을 낸 것이 특징.보관은 겉보기에는 걸축한 황금색 액체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두껍게 발린 개금 때문에 조잡해 보였으나 X-선 촬영 결과 금속판을 투각(透刻)해 만든 넝쿨문과 화염보주 등이 놀랍도록 세밀하고 정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상 또한 이국적이면서도 우아한 귀족풍의 얼굴 모습과 단아하고 안정된 신체 비례,간결하지만 탄력있는 주름 표현 등으로 고려시대의 품격높은 불교 문화를 보여준다고 조사단은 평가했다.

조사단은 "이 보살상은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유사하지만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불좌상(조성연대 하한선 1280년),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불좌상(1274년경),화성 봉림사 목조아미타불좌상(13세기 후반) 등과도 친연성(親緣性)이 확인된다"며 "13세기 전반과 중반을 잇는 귀중한 불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