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산지서 최종 포장

신선도 높이고 비용 10% 줄여

지난 13일 경상북도 김천시 남면에 있는 한 자두 농장.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지난 3년간 자두를 공급하고 있는 이 농장 입구에선 홈플러스 함안물류센터로 떠날 10t 트럭에 자두상자를 싣느라 분주했다. 눈에 띄는 건 과일을 담는 포장용기가 흔히 보던 종이박스 대신 규격이 일정하게 통일된 초록색 플라스틱 용기라는 것. 자두 나무 한 그루마다 이러한 박스가 너댓 개씩,모두 수백 개가 널려 있다.

이 곳에서 일을 하는 한 마을 주민은 "이전에는 종이박스에 담아 갔는데 어느 날 홈플러스가 플라스틱 박스를 가지고와 과일을 담으라고 했다"며 "여기에서 포장된 과일이 그대로 매장에 진열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자두 등 제철 과일이 산지에서 수확돼 각 가정의 냉장고에 보관되기까지 몇 사람의 손을 거칠까. 산지의 신선도가 매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될까.

경쟁업체 간 치열한 벤치마킹을 거쳐 한 번씩은 산뜻하게 매장을 바꾼터라 요즘 대형마트 지하 1층에 있는 신선식품코너는 대동소이하다. 벽면 진열대에 빼곡히 상품을 쌓아놓던 방식 대신 원통형 매대에 제철과일이나 비싼 수입과일을 널찍한 공간에 띄엄띄엄 선보이는 식이다.

이런 매장구성이나 진열방식만 놓고 보면 대형마트 간 우열을 가리기란 좀체 쉽지 않다. 그러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전국 매장의 신선식품코너를 찬찬히 둘러보면 경쟁업체보다 앞선 선도 관리 비법이 숨어있다.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은 유통과정에서 사람의 손을 많이 탈수록 선도는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바이어들이 발품을 팔아 전국을 돌며 당도가 높고 선도가 뛰어난 '물건'을 경쟁업체 바이어보다 한 발 앞서 확보했더라도 산지에서 매장까지 옮겨오는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면 선도유지는 '도로아미타불'.

1999년 1호점을 연 홈플러스는 당시 경쟁업체들이 대량구매로 가격 낮추기에 혈안이 돼 있을 때 이미 선도관리에 승부를 걸었다. 초기 대형마트 시장에선 제품 가격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겠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엇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되면 결국 소비자의 손길은 선도가 뛰어난 제품으로 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3년간 우여곡절 끝에 홈플러스 과일.야채 담당 바이어들이 2004년 내놓은 선도관리 개선방안은 매장에 진열되는 과일.채소를 담는 표준화된 용기인 'MU(Merchandise Unit)집기'. 그동안 홈플러스나 다른 업체들은 산지 과수원이나 농장 자체에서 종이박스 등 과일과 채소를 담아오면 이를 각 매장에서 뜯어 진열할 용기에 다시 담던 과정을 업계 최초로 대폭 개선한 것. 홈플러스는 초록색 플라스틱 용기를 직접 제작,전국에 걸쳐 계약을 맺고 있는 농장이나 과수원에 무상 공급했다.

이로써 물류비의 5%를 차지하던 일회용 종이박스 비용을 없앴다. 또한 산지에서 과일을 담은 용기를 전국 매장에 그대로 진열함으로써 종전 배송 후 박스를 뜯고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3%)와 집기비(2%)까지 절감해 전체 물류비의 10%를 아끼는 데 성공했다.

설도원 홈플러스 홍보기획담당 상무는 "상품전용용기 사용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약해 과일과 채소를 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