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저임금에서 핵심 기술과 핵심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면 밑지지 않는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힘듭니다."

박근태 중국CJ 사장은 "수교 초창기 혹은 그 이전과 지금의 중국 비즈니스 환경은 너무 달라졌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기업환경 악화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종합상사인 대우의 홍콩본부장으로 1984년 중국과 인연을 맺은 후 줄곧 중국에서 활동해 온 중국 비즈니스 1세대.수교 이후엔 대우차이나 대표를 지냈고 2년 전부터 중국CJ 대표를 맡고 있다.

국교가 없던시절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를 하지 못한 한국산 제품을 중국 업체에 파는 것에서 시작된 그의 중국 비즈니스는 올해로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 사장은 한국기업의 중국 비즈니스 특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수교 이전에 주로 대기업들이 홍콩에 거점을 두고 중국업체에 철강이나 기계설비 등을 간접 수출하는 시기이고 둘째는 수교 이후부터 2000년까지 중국을 생산기지화하기 위해 한국기업들이 밀려들어오던 '차이나 드림'의 시기지요.

그후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서바이벌의 시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 사장은 2000년 이전에는 "중국 비즈니스라는 게 어찌보면 참 단순했다"며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거나 중국 사람을 만나 몸으로 때우면서 물건을 팔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 역시 한 중국의 철강회사에 일주일에 서너 번씩 출근해 사장에게 아침인사를 6개월간 하고 오더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 산업의 70%가 공급과잉.한국기업이라는 자부심과 독기만으론 성공할 수 없고 자신만의 경쟁력이 필요한 시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회사들이 무섭게 성장해 이젠 한국기업들을 위협하고 있고,세계 500대기업 중 480개가 중국에 들어와 있다"며 "한국에서보다 더 치밀한 전략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 사장은 "예전엔 대기업 명함을 가지면 시장급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공장 설립도 제약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메리트는 전혀 없다"며 "특히 환경과 에너지는 물론 세금 등 각 분야의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면 심각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는 중국의 제도가 투명해지고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면서 가격 못지않게 제품의 질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기업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