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김재현씨는 온라인 쇼핑몰 '위즈위드'의 'W컨셉(디자이너 브랜드를 하나씩 시즌별로 판매하는 코너)'에서 대박을 쳤다.

지난 4월 출시 첫 주에 1000여벌을 팔아 단일 브랜드로 최대 규모인 월 매출 4억원을 기록한 것.김씨는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여성복 '자르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로 패션 리더들에게는 잘 알려진 디자이너지만 이번 'W컨셉'으로 대중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올 가을 시즌부터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수입 브랜드 판매 전용 편집숍 '분더샵'에서도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그의 옷이 진열된다.

김재현 김선여 천애주 등 신진 디자이너들이 예술성을 강조한 고가의 부티크 옷이 아닌 대중성과 디자이너 개성을 담은 제품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위즈위드의 'W컨셉',G마켓의 '디자이너숍',롯데닷컴의 '루트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련한 디자이너 전용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 등 오프라인 매장 3곳을 운영하던 디자이너 김선여씨는 지난 1월 G마켓의 '디자이너숍'에 '칸쥬'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6개월 동안 매출이 600%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접고,지금은 온라인에서만 활동한다.

김선여씨는 "저가 위주로 팔리는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디자인이 차별화된 제품은 30만원대 가격에도 잘 팔린다"며 "한 달 평균 1000장 정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천애주씨도 롯데닷컴 '루트엘'에서 '향수'라는 여성복 브랜드로 한 달 평균 2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은 온라인 몰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창작의 자극제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현 디자이너는 "시즌별로 제품을 내놓는 백화점 매장과 달리 매일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다"며 "내 디자인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용면에서도 자금력이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 공간보다 접근이 쉽다.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입점 비용과 함께 판매 제품에 대한 수수료도 35% 이상 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G마켓의 경우 판매 수수료가 10% 내외로 낮은 편인 데다 기획 상품이나 신상품을 선보일 때면 모델은 물론 전문 스튜디오에서의 촬영까지 지원해 준다.

지리적인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 매장은 국내 전 지역은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도 상품 소개가 가능하다.

한 디자이너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일본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로부터 제품을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G마켓 전략사업팀의 김양수 차장은 "신진 디자이너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과 부딪쳐 가능성을 실현하고,차후 국내 패션을 리드해가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