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업성동 원할머니보쌈 천안공장. 오전 4시30분이면 물류팀 사무실에 불이 켜진다. 다섯 명의 물류팀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전국 269개 가맹점에서 오전 4시까지 올린 식자재 주문 현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역별,점포별 리스트를 뽑아 18대 배송차량 기사에게 전달하면 기사들은 냉탑차에 돼지고기와 무김치,소스 등을 싣는다.

오전 5시30분,영.호남 지역으로 가는 배송 차량이 첫 출발한다. 출발 전 기사들은 위성항법장치(GPS) 단말기를 켠다. 이 때부터 본사 물류팀은 배송차량의 위치와 이동경로,냉장온도 점검에 들어간다.

3분에 한 번씩 냉탑차 저장공간의 온도가 냉장공간과 냉동공간 둘로 구분돼 뜬다. 등갈비,삼겹살,고기용 소스,냉면 등이 들어가는 냉동공간은 영하 15도 안팎이어야 하며 보쌈용 돈육과 무김치 등이 들어가는 냉장공간은 5도 이하여야 정상이다.

이 회사 박천희 사장은 "식자재는 품질과 온도 관리가 생명"이라며 "이상 징후를 나타내는 배송차량은 본사에서 즉시 시정 지시를 내릴 수 있어 고온다습한 여름에도 위생적인 상태로 가맹점에 식자재를 갖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간 운행 경로가 파악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도 본사 ERP시스템에 접속해 냉탑차 도착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원앤원'은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ERP시스템 개발에 14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매출액이 250억원에 불과하던 2004년 일찌감치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나서 1인당 생산성이 그해 2억5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억7000만원으로 85% 향상됐다.

이 회사의 ERP시스템이 일반 회사와 차별화된 점은 가맹사업 부문이다. 가맹사업 프로그램은 상권 분석,개설 상담,가맹점 이력 관리,교육 현황,불만 처리,반품,매뉴얼 분석,종합 매출 및 목표 관리 등으로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가맹점 관리를 담당하는 수퍼바이저 10여명은 업무용 차량에 GPS를 장착해 ERP시스템과 연계,현장에서 모든 일을 끝낸다.

수퍼바이저들은 대체로 낮 12시 이후 가맹점주들을 만나기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담당 구역 가맹점을 순회한다. 겉모습만 보면 여느 프랜차이즈 업체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수퍼바이저가 갖고 다니는 노트북PC 안에 '혁신의 열쇠'가 담겨 있다. 비슷한 상권과 입지,규모를 가진 다른 가맹점의 매출이나 작년 같은 시점의 매출 등을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특정 가맹점이 처한 객관적 상황을 점주에게 보여준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수퍼바이저들이 하는 일은 가맹점주가 본사 매뉴얼과 식자재 구입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점검하는 데 그친다"며 "원할머니 가맹점들은 과학적인 수퍼바이징 시스템 덕분에 자발적인 폐점 외에 매출 부진에 따른 폐점이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ERP시스템 덕분에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본사에서 곧바로 수퍼바이저에게 연락해 해당 가맹점을 실사하고 24시간 내에 처리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RP 시스템에는 가맹점주만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주방'도 따로 있다. 이 방을 통해 식자재 주문하기와 불만사항 처리가 이뤄진다. 점주가 올린 불만은 2일 이내에 본사에서 처리토록 돼 있다. 말로만 윈-윈이 아닌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공생 발전하는 체제를 갖춘 것.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원앤원이 220억원을 투입,천안에 공장을 짓고 지난 4월 본사를 옮긴 것 자체가 '혁신적인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류시간을 줄이고 식자재 관리가 쉬워진 데다 법인세 절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향후 7년간 200억원 이상의 이익이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