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벌써부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일부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증가에 따른 자구책으로 기존업무를 외주나 도급 형식으로 돌리면서 노사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이러한 부작용의 책임을 온통 기업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실제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최근 전경련 기업경영협의회 및 노동복지실무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기업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 중 외주나 도급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며 편법이나 탈법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으면서도 그 책임은 기업이 지라고 윽박지른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만 재촉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규직 전환이 임금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기업은 아예 문을 닫거나 아니면 비정규직 연장 계약을 기피하고 신규채용을 꺼리게 될 게 너무도 자명하다.

결국 정부가 근로자들의 밥그릇 자체를 빼앗아 버리는 데 앞장선다는 비난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정부 당국은 법 규정만을 내세워 비정규직 근로자를 서둘러 정규직화하도록 기업을 몰아붙여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기업 사정에 따라 여러가지 합리적인 대안(代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규직 임금동결 등 노사합의를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자금부담이 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다 애매한 법 적용기준 등 비정규직법 운용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