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열한 살 때인 초등학교 5학년 겨울,성탄절을 앞둔 어느날이었다.

평소 암기를 가장 싫어하는 빌이 무엇에 홀린 듯 주절주절 뭔가를 외우고 있었다.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하다가도 그랬다.

아버지가 물어보니 성경의 '산상수훈' 전체를 외우느라 그 고생을 하고 있었다.

"왜?"

"이거 다 외우면 회전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샌드위치를 사준다고 했거든요."

"오,그래."

"그런데 잘 안 되요. 기권해야 할까 봐요. 시간도 별로 없는데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마법이라고 했니,아들아?"

아버지는 곧 뛰어난 마법사인 인디언 마리노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건 마법사나 할 수 있죠.전 못할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그걸 '마법'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주 심오한 뜻이 담긴 표현으로 '잠재력'이라고 한단다."

"아,알았어요.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그리 많을 것 같지 않아요."

이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오,아니다. 아들아! 아주 특별한 때 발휘되는 잠재력은 거의 다시 나타나지 않아.하지만 일단 한번 발휘된 잠재력은 지속적인 단련을 통해 강화시킬 수 있단다. 그땐 더 이상 잠재력이라 하지 않고 실력,능력,특기라는 말로 표현하지."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푸허녠 지음,고보혜 옮김,이스트북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배운 20가지 인생 지혜가 담겨 있다.

용기와 열정,관용과 인내,어려움을 이겨내는 슬기,성공을 향한 집념,겸손과 경청….한마디로 '성공한 아들 뒤에는 위대한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빌의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2세는 유명한 변호사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훌륭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넘치는 부로 아들의 미래를 망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 산만했고 일을 얼렁뚱땅 처리하며 뭘 잘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아버지가 부탁한 편지를 우체통 대신 쓰레기통에 넣기도 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채찍'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도록 했다.

아버지 게이츠는 "내가 만약 재산을 물려줬다면 오늘의 빌 게이츠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갑부가 된 아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해 일할 때'라며 기부와 사회 환원을 권한 사람도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빌은 최근 하버드대에서 졸업장을 받으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30년 만에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는 연설로 화답했다.

351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