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조상이 개척민이었는지,원주민이었는지,아니면 유럽의 왕족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혈통을 찾고자 하는 욕망은 곧 족보를 만드는 일로 이어지면서 뜻하지 않게 우리 한지(韓紙)가 교인들 사이에 한동안 인기를 끌었었다.
모르몬교도들은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이 1300년의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원상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세계 어느 종이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한지의 뛰어난 내구성과 통기성,유연성,습도조절능력,자외선 차단기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한지가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쓰였다.
고려시대 사찰에서 책을 출판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지가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조정에서는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를 심을 것을 장려했고,아울러 종이를 공물(貢物)로 바치도록 했다.
조선시대에는 평안도와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한지를 생산했는데,그 중에서도 전주에서 만든 한지는 최상품으로 취급돼 명·청에 공물로 보내졌다.
전주 한지는 인근 지역에 닥나무가 많은 데다 종이의 질을 높이는 물이 좋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조선조 말기에는 전국 한지 생산량의 40%가량이 전주산이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전통 공예품의 재료 정도로만 인식돼 왔던 한지가 친환경제품으로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중에는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옷과 아토피 예방 기저귀,벽지 등 웰빙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정부가 '한(韓)브랜드' 사업으로 '한지'를 선정한 것도 한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부드러운 광택과 함께 우아한 분위기를 돋우는 전주의 한지등(燈)과 한지 소품들이 유엔 사무총장 관저 접견실과 유엔 한국대표부 메인홀을 장식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세계화를 향한 한지의 작은 첫걸음이 세계인의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