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32.8%(1위)-르노삼성 9.2%(2위)-쌍용자동차 7.7%(3위)-현대차 3.7%(4위)-기아차 2.8%(5위).국내 완성차 5개사가 기록한 작년 동기 대비 올 상반기 판매 증가율(내수+수출,CKD제외) 순위다.

절대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완성차 업체의 순위와는 사뭇 다르다.

판매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성장률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미래가 어둡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성장률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생산성과 노사 안정에서 해답을 찾는다.

노사관계가 안정돼 파업이 적고,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회사일수록 높은 성장을 기록한다는 분석이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회사의 판매 실적이 노사관계의 안정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GM대우와 르노삼성,쌍용차가 단적인 예다.

GM대우는 올 상반기에 총 48만3655대를 팔아 작년 같은기간보다 판매량을 32.8% 늘렸다.

이는 GM대우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반기 판매실적이다.

내수(6만9404대)와 수출(41만4251대)이 크게 늘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24.8%, 34.2% 증가했다.




GM대우 관계자는 "경차 마티즈와 중형 세단 토스카,SUV 윈스톰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교훈을 기억하고 있는 GM대우는 올해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금속노조의 지역별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25~27일 이 회사 노조는 군산 창원 부평 등 각 공장별로 파업 대신 임금교섭 전진대회를 열었다.

28일과 29일에도 노조 간부들만 파업에 참여하고 공장은 정상가동했다.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은 말할것도 없다.

이 회사 역시 역대 최고의 상반기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내수 5만6824대,수출 2만5639 등 총 8만2463대로 전년동기보다 9.2% 증가했다.

강성 노조로 이름을 날렸던 쌍용차도 올해는 노사 관계 안정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쌍용차의 올 상반기 판매(6만5058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 증가했다.

작년 말 회사측의 고용보장 약속에 대해 노조가 전환배치를 허용해주는 빅딜을 이뤄낸 덕분이다.

이 회사는 지난번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올 상반기 판매 증가율 평균치(8.1%)를 크게 밑돌았다.

현대차의 상반기 판매 증가율은 3.7%에 그쳤고,기아차는 2.8%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6월 수출이 지난달보다 4.0% 줄었다.

기아차의 경우 6월 수출이 지난달보다 3.8% 줄고 전년동기보다는 1.8% 감소했다.

내수판매도 지난달보다 4.3%,전년 동기보다는 8.3%나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엔고로 위기에 처한 도요타가 노사관계 안정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했듯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판도도 노사 관계에 따라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