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최영철 '어느 날의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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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들어서며 만난 아낙에게 두부 한 모 사고
두부에 잘게잘게 숨어든 콩 한 짐 얻고
주름투성이 꼬부랑 할멈에게 상치 한 다발 사고
푸른 밭뙈기 넘실대며 지나간
해와 바람의 입맞춤 한아름 얻고
시장 돌아나오며 늘어선 아름드리 조선 소나무
어깨 두드려주는 덕담 한마디씩 듣고
자리 못 구해 그 아래 보따리 푼 아지매
시들어가는 호박잎 한 다발 사고
호박이 넝쿨째 넝쿨째 내게로 굴러 들어오고
하루 공친 공사판 박씨 무어라 시부렁대는
낮술 주정 한 사발 얻어걸치고(…)
아무렴 그렇게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말로 주고 가마니로 얻고
-최영철 '어느 날의 횡재' 부분
욕심만 덜어내면 세상 참 살만하다.
자그마한 시장에만 가도 재미있는 게 널렸다.
그곳엔 물건만 있는 게 아니다.
시큼비릿한 냄새에서부터 거래과정의 팽팽한 긴장,걸죽한 입담,취객들의 주정,꼬리 흔드는 강아지까지가 입체적으로 시장을 이룬다.
그곳에 몸담고 있던 풋풋한 상추나 호박잎을 한 다발 사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풍요로워진다.
견고한 명품으로 무장하고 백화점 매대에서 잘 포장된 ‘요리’를 우아하게 집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싱싱하게 살기위한 방법 하나.
뽐내기 보다는 편안하게 즐길 것.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