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효과 강한만큼 부작용 뒤따라" 비판도

다중표적치료제는 제3세대 암 치료제로 불린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43회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다중표적치료제였다.

1세대 항암제들이 암 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로 공격했다면,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으로 시작된 2세대 단일표적 치료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돼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 바로 다중표적치료제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뿐 아니라 암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 내피 세포까지 다중으로 차단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또 단일표적치료제는 표적이 하나이다 보니 암 세포가 치료제를 피해 변신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다중표적치료제는 여러 표적인자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어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엘의 신장암 치료제 '넥사바',화이자의 신장암 치료제 '수텐',GSK의 유방암 치료제 '타이커브' 등이 대표적 다중표적 치료제다.

표적치료제와 다중표적 치료제의 등장으로 그동안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암을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바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5년간 생존율을 90%까지 높였다.

난치암으로 불리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당뇨병 고혈압처럼 관리가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바뀐 것이다.

넥사바의 경우 그동안 난치암으로 불리며 수술 외에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5년간 생존률이 9.3%에 그쳤던 신장암의 생존율을 2배 이상 올려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중표적치료제의 성공을 확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바이오기업인 암젠의 종양임상부 데이빗 파킨슨 팀장은 최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중표적치료제는 광범위한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독성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원인 인자를 공격하기 때문에 효과는 강력한 반면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포스트 글리벡'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사의 '스프라이셀'은 세포주 실험 결과 글리벡에 비해 효과는 100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흉막액 부작용,골수억제 부작용 등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