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헤지펀드, 한국 증시 또 공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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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쩐의 전쟁'의 주역인 국제 헤지펀드들이 태국 바트화 공격을 계기로 시작됐던 아시아 외환위기가 꼭 10년이 됐다.
이미 올초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 증시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외환위기 10년 주기설'이다.
10년 주기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위기국의 위기극복 정도를 평가하는 데 적용하는 '3단계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어떤 국가든 외환보유에 금이 가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유동성 위기는 한국처럼 담보 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시스템 위기로 악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데 시스템상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위기극복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초기에 외자선호정책으로 다른 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유동성 확보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얼마나 빨리 유동성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 위기를 치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위기 경험국들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후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현 정부 들어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최근 들어서는 나라 안팎에서 위기론을 낳게 하는 주요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제각료들이 '한국경제 설명회' 때마다 다른 어떤 위기국보다 빨리 극복했다고 단골 메뉴로 거론하고 있는 유동성 위기도 일부 국제금융기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거시 차원에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 발생하는 위기(macro crisis)와 개별 경제주체의 현금 흐름상 문제가 생기는 위기(micro crisis)로 구분된다.
한국의 유동성 위기 극복은 엄격히 따지자면 거시 차원의 외화유동성 위기를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개별 경제주체들의 위기로 전가시켜 놓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을 웃돌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 극복과 경제주체들의 현금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들이 커지는 대신 위기불감증에 따라 정책당국의 대처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경제 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원화 가치와 자산시장에 낀 거품,정부의 주도력 부재와 국민들의 가치혼란(policy anomie),레임덕 현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위기가능성을 판단하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인 단기통화방어 능력,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 능력과 국내저축능력,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그리고 경제의 거품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 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이 점이 국제 헤지펀드들이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가시권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등은 "다음 위기는 10년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데,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국들은 과거 경험과 위기가 극복됐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새로운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외환위기 10년째를 맞아 최근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부터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무수한 과제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통화가치,자산시장에 낀 고평가 요인을 우선적으로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각료들이 국민에게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이미 올초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 증시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외환위기 10년 주기설'이다.
10년 주기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위기국의 위기극복 정도를 평가하는 데 적용하는 '3단계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어떤 국가든 외환보유에 금이 가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유동성 위기는 한국처럼 담보 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시스템 위기로 악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데 시스템상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위기극복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초기에 외자선호정책으로 다른 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유동성 확보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얼마나 빨리 유동성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 위기를 치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위기 경험국들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후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현 정부 들어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최근 들어서는 나라 안팎에서 위기론을 낳게 하는 주요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제각료들이 '한국경제 설명회' 때마다 다른 어떤 위기국보다 빨리 극복했다고 단골 메뉴로 거론하고 있는 유동성 위기도 일부 국제금융기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거시 차원에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 발생하는 위기(macro crisis)와 개별 경제주체의 현금 흐름상 문제가 생기는 위기(micro crisis)로 구분된다.
한국의 유동성 위기 극복은 엄격히 따지자면 거시 차원의 외화유동성 위기를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개별 경제주체들의 위기로 전가시켜 놓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을 웃돌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 극복과 경제주체들의 현금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들이 커지는 대신 위기불감증에 따라 정책당국의 대처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경제 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원화 가치와 자산시장에 낀 거품,정부의 주도력 부재와 국민들의 가치혼란(policy anomie),레임덕 현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위기가능성을 판단하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인 단기통화방어 능력,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 능력과 국내저축능력,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그리고 경제의 거품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 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이 점이 국제 헤지펀드들이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가시권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등은 "다음 위기는 10년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데,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국들은 과거 경험과 위기가 극복됐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새로운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외환위기 10년째를 맞아 최근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부터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무수한 과제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통화가치,자산시장에 낀 고평가 요인을 우선적으로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각료들이 국민에게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