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국회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대선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개혁특위 위원장과 예결특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본연의 임무인 법안심의와 예산결산 등을 위한 상임위 활동에는 관심이 없어 의결정족수(과반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당장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구성키로 합의한 정개특위는 2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각 당 대선 예비후보의 후원회 구성과 모금을 허용하는 방안과 지난 28일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은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가 안건으로 올라올 예정이지만 위원장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다.

후원회 구성 방식과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범위 등에 따라 대선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당 모두 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1당이 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열린우리당이 "'심정적 여당'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재정지출을 결산하고 내년 나라살림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위도 비슷한 상황이다.

양당의 대립으로 지난달 29일 임기를 마친 이강래 의원의 후임 위원장을 아직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6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돼야 하는 2006년 정부예산 결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각 당이 합의한 2008년 예산안 심의 조기 처리도 차질이 예상된다.

변재일 의원의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공석이 된 과기정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자리 역시 6개월 넘게 공석이다.

서로 '1당'과 '심정적 여당'을 내세우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각축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한 건의 법률안도 올해 처리되지 못했다.

이와 반대로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 방기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들어 열린 각 상임위는 겨우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숫자의 의원만 출석하고 있으며 본회의는 의원들의 참석 저조로 예정시간보다 평균 1시간 이상 늦게 열리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상임위 활동이 저조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29일 전체회의에서 "갈수록 의결정족수 채우기도 힘들다.

세비 받아먹는 국회의원이 이래도 되나"라며 "작년 7월부터 아예 얼굴을 나타내지 않는 의원도 있다"고 한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