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거점 홋카이도로 확대...러시아 시장 겨냥

철강.반도체 등 연관산업 콧노래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생산거점을 일본 남부 규슈와 북부 홋카이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 확대는 철강 반도체 등 연관산업을 몰고오는 효과도 커 이들 지역 경기를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 지역은 남부 규슈.도요타자동차는 중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주력 선적항을 본사가 있는 나고야항에서 규슈 후쿠오카의 하카다항으로 지난해 옮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대(對) 중국 수출 자동차의 40%를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 공장에서 만들고 있어서다.

도요타의 중국 수출이 늘면서 이 공장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하카다항의 수출 선적 물량도 급팽창해 올해는 작년보다 70%나 늘어날 전망이다.

규슈에선 도요타뿐 아니라 닛산 다이하츠 등도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들 회사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100만대를 넘었다.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 10년 사이 70%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규슈가 자동차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의 인접성.거리가 가까워 중국으로부터 싼 부품을 빨리 조달할 수 있고,그걸 조립해 떠오르는 자동차시장인 중국에 서둘러 수출할 수 있어서다.



규슈 북부를 중심으로 따지면 중국의 상하이 다롄과 도쿄 등이 모두 1000km 정도의 등거리에 있다.

자동차산업의 후광으로 철강 반도체 물류 등 전후방 연관산업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기타큐슈시에 있는 신일철 야하타제철소의 철강 생산량은 지난해 419만t으로 과거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탑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EC 규슈공장은 작년 40억엔(약 32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20% 늘렸다.

물류회사인 후쿠오카트랜스의 자동차 부품 해상운송량도 급증했다.

규슈의 인재파견 회사엔 직원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 열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도 자동차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도요타가 러시아시장을 겨냥해 홋카이도를 자동차 생산기지화한 덕택이다.

도요타는 1992년부터 가동한 홋카이도 공장에 총 2500억엔(약 2조원)을 투자해 자동변속기 등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변속기는 올해 말 가동 예정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까지 시베리아철도로 실어 나를 계획이다.

도요타가 투자를 늘리자 덴소 아이신정밀 이스즈자동차 등 자동차 엔진·부품 회사들도 잇따라 홋카이도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

이로 인해 도요타자동차 공장이 있는 도마코마이시엔 사람이 몰리면서 5년 전 폐교했던 초등학교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학생 수는 1200여명으로 홋카이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큰 학교가 됐다.

지난 4월엔 인근에 또 다른 초등학교가 개교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지정학적 입지 때문에 규슈는 중국,홋카이도는 러시아를 노려 생산기지화한다는 전략이라며 그로 인해 도쿄 중심의 경기회복이 지방으로도 파급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