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 갈아타기'로 물의를 빚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해 "대학원 소속 교수와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사학연금 가입 전환을 철회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KDI는 "여론에 떠밀려 적법하게 이뤄진 일을 되돌리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KDI 관계자는 26일 "지난주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연금 가입 대상 범위를 '국제정책대학원 소속 교수와 직원'으로 새로 지정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는 현행법에 의해 사학연금으로 건너간 285명의 본원 연구원과 직원들이 다시 국민연금으로 돌아갈 것도 요청했다"고 전했다.

KDI는 2005년 5월 사학연금법 개정으로 산하 교육기관은 물론 본원 직원까지 사학연금 가입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연금 갈아타기'라는 비난이 일자 정부는 이를 다시 교육기능을 가진 대학원 소속 직원만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KDI 본원 직원을 대상으로 지정한 것에 법률적인 문제는 없지만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사학연금 취지에 맞게 다시 가입 대상을 좁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사학연금 탈퇴 압박에 KDI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정택 KDI 원장은 이날 'KDI 사학연금 가입에 대한 소견'이라는 편지글을 언론에 배포하고 정부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현 원장은 "KDI 연구위원들이 대학원 교수직을 오갈 때마다 연금문제로 사표를 쓰고 다시 임용해야 하는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사학연금 가입을 추진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KDI가 따가운 눈총을 받게 돼 한국의 경제 발전에 주역을 담당했다는 구성원들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자는 물론 연금 개혁의 추진 주체인 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